두 명에 새 삶 주고 하늘나라서 잠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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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 장기가 병마로 고통받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죽은 게 아닙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20대 회사원이 자신의 신장을 말기 신부전증 환자 2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11일 숨진 오세민(26.울산시 염포동.사진)씨. 그는 지난달 28일 아침 출근하는 여동생(23)을 자신의 승용차로 태우고 가다 울산시 북구 아산로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와 온 몸에 중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에 입원했다.

오씨는 입원한 지 사흘 만인 28일 오전 의식이 일부 회복되자 "만일 회생하지 못하면 장기를 기증해 달라"는 유언을 남겨 어머니 김옥희(52)씨를 비롯한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보름 만인 11일 결국 생을 마감했다.

이에 어머니 김씨는 외아들 오씨의 뜻을 병원 측에 전달, 곧바로 입원 중이던 말기 신부전증 환자 2명에게 신장 하나씩을 기증해 새 생명을 선물했다. 김씨는 "자식의 마지막 뜻을 따르는 것이 어미의 도리라 여겨 기증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오씨는 2003년 5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했으며 월남전 고엽제 후유증과 당뇨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던 효자로 알려졌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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