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아내를 유혹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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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전이 끝난 뒤 경기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티셔츠를 펼쳐들고 활짝 웃고 있는 독일인 슈나이더(右).비비안 부부. [프랑크푸르트=홍은아 통신원]

월드컵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축구라는 공통 화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감대도 넓어지고 금방 친구가 된다.

13일 토고전이 끝난 뒤 독일인 부부와 같이 야외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게 됐다. 옆 테이블에 앉았다가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부부 모두 붉은색 계열의 옷을 입어 한국을 응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팬인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한국-토고전을 보고 맥주 한잔하러 왔다고 했다.

남편 슈나이더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부인이 생애 처음 경기장에 직접 가서 축구를 본 날이라는 것이다. 옆에서 미소를 머금던 부인 비비안은 "밖에서 사람들이랑 부딪히는 것을 싫어해 그동안 축구장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정말 축제를 즐긴 기분이다"고 말했다. 직접 구경하는 축구도 재미있었고, 특히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국응원단의 열성적인 응원이 뇌리에 남는다고 했다.

화제를 바꾸어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슈나이더는 "독일인들은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클린스만 팬이다. 그처럼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축구감독이 몇 안 된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나랑 같은 악센트(사투리)를 쓴다는 점도 호감이 간다"며 슈나이더는 큰 소리로 웃었다.

이어 그는 "독일 월드컵 코스타리카와의 개막전을 보고 클린스만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말 화끈한 공격력 아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슈나이더는 독일의 한 항공사에서 갓 은퇴하고 여생을 즐기는 중이다. 한국에도 몇 해 전 가본 적이 있는데, 불고기가 아주 맛있었다고 했다. 첼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판소리가 인상 깊어 내년 봄 부인을 데리고 다시 한번 방문할 거라고 했다.

소시지를 먹으며 레스토랑 바깥 쪽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프랑스-스위스전도 간간이 보았다. 슈나이더는 "한국이 토고와의 후반전처럼 경기를 한다면 프랑스도 충분히 이길 것 같다"고 덕담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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