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내친구] '그 실력 그대로' 이변은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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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참가팀이 한 경기씩 치르고 난 독일 월드컵은 일단 평온해 보인다. 강팀들은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고, 아프리카 검은 돌풍은 아직 조짐조차 없다. 이변이 사라진 그라운드는 '축구황제'를 꿈꾸는 새로운 별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 이변도, 반란도 없었다

각 조 톱시드 팀은 산뜻하게 출발했다.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4-2로 잡고 개막전 징크스를 떨쳤다. 브라질.아르헨티나.잉글랜드.멕시코.이탈리아.스페인도 승점 3씩을 챙겼다. 특히 스페인은 '강호' 우크라이나를 4-0으로 꺾고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G조의 프랑스만이 예외였다. 스위스와 0-0으로 비겨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199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세 골을 넣은 뒤 네 경기째 무득점이다.

90년 카메룬, 94년 나이지리아, 2002년 세네갈. 월드컵을 강타했던 검은 돌풍은 실종됐다. 가나.튀니지.토고.코트디부아르.앙골라 등 아프리카 5개팀의 첫 경기 성적표는 1무4패, 4득점-9실점. 승점은 다 합쳐 1이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쇠락의 이유로 '경험 부족'을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긴 튀니지를 빼면 모두 월드컵 처녀 출전이다. 역시 처녀 출전인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스웨덴과 0-0으로 비긴 것이 돋보일 뿐이었다.

# 팀의 얼굴이 바뀌었다

세월의 무게가 왕년의 스타들을 짓눌렀다. 선발로 나와 조롱거리가 되는 것보다 후보로 밀려난 게 차라리 나았다. 2002년 득점왕인 브라질 호나우두는 불어난 몸집을 주체하지 못했다. 세 명이 달라붙던 상대 수비수가 나중에는 한 명으로 줄어들었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의 지휘자'는 간데없고, 얼굴엔 신경질만 가득했다. 스페인 라울은 아예 선발로 나오지 못했다. 팀이 3-0으로 앞선 뒤에야 출전할 수 있었다. 앙골라전 최우수선수로 뽑힌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가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

빈자리를 새 별이 수놓았다. 브라질의 카카,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빈첸초 이아퀸타,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페르난도 토레스,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 이들은 자신의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 사상 최다 '경고'예고

모두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72개의 옐로카드가 나왔다. 프랑스-스위스전에서는 8개나 쏟아졌다. 2002년 같은 기간 59개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경기당 4.5개는 역대 최다 경고 대회인 94년(경기당 4.39개)보다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제프 블라터 회장은 개막 전부터 심판에게 '엄벌'을 주문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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