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매미' 쓰레기 언제 다 치울지 막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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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태풍 '매미'로 강원도 동해안에 떠내려온 쓰레기 처리가 지연되면서 백사장 및 수중 생태계 오염과 그물 손상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4일 강원도 환동해출장소에 따르면 매미 내습 때 산사태 등으로 강원도 6개 시.군 해안에 떠내려온 쓰레기는 1만8천여t에 이른다. 시.군별로는 삼척이 6천5백70t으로 가장 많고, 강릉 5천40t, 양양 3천5백70t, 고성 2천t, 동해 8백t, 속초 50t 등이다.

이 때문에 고성~삼척의 해안 백사장 곳곳이 폐목과 타이어.스티로폼 등으로 뒤덮여 눈쌀을 찌프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쓰레기 중 2천1백여t은 아예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돼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자망 등 각종 그물을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실제 매미가 지나간 이후 이들 시.군엔 바다에 떠내려온 폐목 등에 의해 그물이 찢기는 피해를 입었다는 어민들의 신고가 10여건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쓰레기가 버려진 해안 지역이 남북으로 2백13㎞나 펼쳐져 광범위한 데다 수해 가옥 및 공공시설 복구 작업에 밀려 인력과 장비 지원마저 제대로 안돼 쓰레기 수거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 쓰레기 수거가 본격화된 지난 15일 이후 24일까지 동원된 인력은 군장병과 자원봉사자 등을 합쳐 연인원 4천여명에 그쳤고, 동원 장비도 대형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은 한대도 없는 상태에서 각 시.군의 청소차와 자원봉사자들이 가져온 경운기.트랙터.1t트럭 등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24일 현재까지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백사장 등에 쌓여 있는 3천여t에 불과하고 바다 속 쓰레기 수거는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환동해출장소 측은 원활한 해양 쓰레기 수거를 위해선 최소 하루 1천여명의 인력과 60여대의 중장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지난 15일 해양수산부에 해양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45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직 지원 규모와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태풍 '루사' 때는 해양 쓰레기 12만3천6백여t을 수거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으며, 그나마 바다 속에 가라앉은 것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된 채 상당량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동해출장소 관계자는 "시.군별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문업체에 용역을 줄 계획이지만 해양수산부의 사업 승인을 받아야 용역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작업이 완료되기까지 몇개월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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