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공사 만들자… 기업에 "무조건 북한 가라"는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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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교수

인도적 지원은 지속성이 없고, 민간의 대북사업은 위험도가 높다. 지원과 사업 사이, 대안은 없는가. 공공성과 사업성을 함께 갖춘 '남북 산업협력공사'가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산업협력은 민간기업들이 담당하는 것이 옳지만 북한의 투자환경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개성 이외의 지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개성공단 중심으로 산업협력 거점을 조성하고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있다.

개성공단이 자리를 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이르면 5년 이내에 평양이나 남포를 비롯한 북한의 핵심 경제지역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이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 확인했지만 대부분의 공장 설비는 중국산이다. 과거 북한 경제의 심장부인 대안군의 풍경은 왜 남북 산업협력이 중요한지를 웅변해 주고 있었다. 천리마제강, 대안중기계 등 큰 공장들의 피폐한 모습 너머로, 중국이 지어 준 대안친선유리공장이 서 있다. 북한의 대중국 산업종속이 심화된다면 통일과정에서 산업표준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핵심 경제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산업협력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민간기업의 개척정신에 의존할 것이 아니다. 공공성을 갖춘 공사가 나서야 한다. 산업협력공사는 민간기업 대북사업을 지원하면서 북한 경제에서 파급 효과가 큰 업종과 공장을 선정해 투자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산업협력공사가 존재했다면 현재 남북 경협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경공업 자재 지원 사업이 단순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협력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 예산 부담이 있겠지만 북한의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공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재정 부담을 오히려 줄일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산업 협력을 할 수 있는 공사가 필요한 이유다.

김연철 교수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평양 특별취재단

▶취재 강영진.김영욱.안성규.홍병기.유철종.정용수 기자

▶사진 신동연.김춘식 기자
▶자문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위원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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