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부동산 갈등'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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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정책을 둘러싼 마찰음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민심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청와대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면서다. 12일 열린우리당 비대위 일부가 부동산 정책 개선론을 공개 거론했다. 청와대는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정책 변경 불가를 선언했다. 이날 당정협의에선 이례적으로 여당이 통일부가 들고온 대북 송전 비용의 예산안 반영을 연기시켰다. 김근태 체제의 여당이 '서민경제론' '경제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운 지 하루 만이다.

◆ 여당 손질론 대 청와대 불가론=비상대책위 상임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1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때문에 당연히 저런 소리(현행 정책의 유지)를 하는지 몰라도 당으로선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계급장을 떼어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상임 비대위원인 이호웅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주택의 투기 수단화를 막겠다는 정책 방향은 불변"이라며 "그러나 처방이 진실로 유효한지, 국민에게 신뢰를 못 주는 점이 없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재야파로 김근태 신임 의장의 측근이다.

대기업 CEO 출신인 이계안 의장 비서실장은 "비대위가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각종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정책위가 입법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쟁점정리-부동산 세금 정상화'라는 부동산 기획물에서 종부세 대상 주택은 전국의 1.2%인 15만8000호에 불과하고, 공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 부담은 강남을 제외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서민 피해론'을 반박했다.

◆ 전례 없는 당정협의=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통일부와의 당정협의 후 "통일부 예산은 일방적 퍼주기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대북 송전사업 예산은 남북관계 성과 등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대북 송전사업은 참여정부의 핵심적인 대북 제안이다. 야당이 이견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여당이 통일부의 대북송전 예산 반영안을 반려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여당 내에선 "(부동산 정책을 놓고) 토론 정도야 해볼 수 있지만 정부가 유지하는 기조를 튼다면 말이 안 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그러나 재야파 수장인 김근태 의장이 민심 우선론을 제시하며 당내 분위기는 급속하게 '개혁 유지'에서 '실용주의'로 바뀌고 있다.

채병건.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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