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과대·과장광고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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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과장·과대광고와 유효성여부 등을 둘러싸고 큰 논란을 빚어온 이른바 건강식품이 명칭을 「건강보조식품」으로 바뀌어 허가될 전망이다.
보사부 산하 자문기구인 식품위생심의 위원회는 지난달28일 식품분과위를 개최, 현재「영양 등 식품」으로 허가하고 있는 건강식품의 허가 명을「건강보조식품」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의학계·영양학관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아 한바탕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건강식품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은 줄잡아 4백50종.
이중 1백90종은 보사부로부터 「영양 등 식품」으로, 나머지 상당수는 시·군에 서 「가공식품」으로 각각허가방아 팔리고 있다.
건강식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이들의 상당수가 캡슐·정제·분말·액체 등 형태로 약품을 연상케 함으로써 국민들의 과잉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외판원들이 방문·개별 판매 시 건강식품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어 국민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식품공업협회 식품연구소 송인상 박사 (수석연구원)는『많은 건강식품 중 현재까지 생리작용 등 기전이 알려진 것은 달맞이 유, E P A (필수불포화지방산의 일종), 스쿠알렌(상어간유)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캡슐형태로 나오고 있는 달맞이꽃 종자유의 경우 인체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조성물질이 들어있어 비만증·고혈압·동맥경화·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
이밖에 상당수의 건강식품은 생리작용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민간요법차원에서 각종 성인병예방 등의 효과·효능이 있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보사부로부터 「영양 등 식품」으로 허가 받은 품목1 백90여종을 생산하고 있는 26개 제조회사가 회원으로 돼있는 한국건강식품협회 측은 건강식품에 문제가 있다는데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하고있다.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영지고가 당뇨병에 좋은 것을 비롯,▲켈트 본밀이 어린이 성장▲덩쿨 차가 심장·폐·당뇨병·고혈압 .노화억제▲효소식품은 소화촉진 두통 기관지염 등에 좋은 것으로 돼있다.
이 같은 건강식품의 효능에 대해 의학계 일각에서는 학문적으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채범석 교수(생화학)는 『우리가 평소 식사 때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하지 않으면서 건강식품·자연식품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건강식품이 캡슐 등의 형태를 갖춰 식품의 범주를 크게 넘어선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영양학적으로 건강식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없다』고 단정한다· 때문에『달맞이 유 등과 같이「영양 등 식품」으로 허가 받고 약품처럼 캡슐로 제조되도록 하는 것은 건강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학문적 뒷받침이 없는 현 실정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식품공학 계에서는 대체로 건강식품을 수용하는 입장이다.
송 박사는 『일부 건강식품과 약품이 일치 화하는 추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체에 대한 효과·효능의 가능성이 있는 건강식품의 강점에 대해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계자들은 건강식품 판매업소의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서독의 경우 「레포름 하우스 아카데미」라는 공식기관에서 3개월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 한해 판매자격을 허가하고 있다.
한국 건강식품협회 측도 이 같은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히고 다만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추진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밖에도 건강식품의 일반화를 위해서는▲건강식품의 광고허용범위의 엄격한 제한▲제품의 안전성검사를 통한 건강식품의 올바른 정착유도▲건강식품의 오·남용방지를 위한 적절한 영양교육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 김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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