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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돌출…정국 새 변수로 |김대중총재 잇단 발언 배경과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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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윤길중 전 민정당대표위원이나 김종필 공화당총재가 내각제발언을 할 때마다 저의가 있다는 등의 두드러기 성 반응으로 강하게 반발했던 김대중평민당총재가 최근 잇달아 내각제발언을 하고 나서자 다른 두 야당이 다소 어리둥절 하고있다.
당론 비슷하게 내각제를 주장해온 공화당은 물론이고 내심 내각제 수용론이 많은 민주당도 김 평민총재가 현시점에서 내각제를 꺼낸 의도가 무엇일까 에 관심을 집중, 김대중 의중을 촌도 하기에 여념이 없다.
김대중총재의 내각제발언에 민주·공화당 측은 일단 현시점은 내각제를 거론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상황전개를 지켜본다는 관망자세를 취하고있다. 그것은 김 총재의 의중도 문제려니와 항간에 나도는 청와대회담 밀약설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김 총재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반응은 미묘하다. 가뜩이나 노·김대중회담이후 둘간의 관계를 의심하고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소외감 같은 것을 느끼며 펄쩍 뛰고 있는데 이는 내각제자체보다는 그 같은 발언이 나오게된 배경에 의혹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김 평민당총재가 급작스럽게 내각제발언을 하게 된 데에는 문익환씨 사건으로 몰리고 있는 자신의 난처함을 개헌 논의로 돌리려는 시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측면은 김 총재가 내각제발언을 하필이면「지금」 했느냐에 대한 설명은 될 수 있으나 김 총재가 내각제수용의사를 「왜」 밝혔느냐에 대한 설명은 될 수 없다.
김 총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내각제 개헌보다는 현재의 대통령직선제를 고쳐 결선 투표 제 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했고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여당이 내각제를 들고 나오면 결선 투표 제 개헌을 주장하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지난 연말 특히 연초의 유럽순방이후 자신의 정치구상을 수정하는 흔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월31일 유럽방문 차 파리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김 총재는 기자 몇 명과 환담하면서『내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지 말라. 나도 이제 남은 인생을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아주 곰곰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바있다.
결국 장기적 측면에서 김 총재는 현재의 심화되고 있는 지역주의가 지난 총선처럼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대통령 선거 때처럼 약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측면과 맞는 제도는 내각제란 판단을 하게된 것이다.
김 총재는 특히 청문회 정국이후 자신이 대통령제로 집권할 수 있는 가망성이 희박해졌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안다는 일부 인사들의 분석도 있으며, 이유야 어떻든 김 총재가3번씩이나 대통령후보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국변화를 내각제에서 찾았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한창 중평의 신임연계여부로 정국이 시끄러웠을 당시 야당으로서는 불신임에 대한 대안을 준비해야했고 이때 김 총재는 그 대안으로 역할 분담론에 입각한 내각제를 구상하고있다는 얘기가 정가에 떠돌았다. 연정설이 나돈 것도 그때다.
김 총재가 다만 국민여론이란 꼬리를 달구 내각제발언을 했지만 그가 말하는「국민」이 대부분의 경우 제약요소가 아닌 종속요소로 해석됐던 경험을 볼 때 김 총재의 내각제구상은 굳혀진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공화당도 이미 내각제 구상을 밝힌바있어 민주당의 태도에 시선이 몰리고 있는데 현재는『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하고있으나 제도자치에 대한 선호도는 이미 낮은 편이 아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내각제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현재의 여소 야대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연정이 제기되면 어느 쪽과 어느 쪽이 짝짓기를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당략이 엇갈리게 될 것이며 그것이 내각제의 성사여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도 있고 야3당 공조체제의 유지여부를 결정짓는 변수도 될 수 있다.
내각제문제에 대한 민정당의 기본태도는 「부감청이나 고소원」이다.『하고 싶긴 한데 민정당이 먼저 나팔을 불면 될 일도 안되니 논의가 성숙되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런 기본대도에서 보면 이번 김 대중 평민당총재의 내각제발언은 민정당으로서는 내심 기대해 마지않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민정당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칫 반색을 보이다간 대사를 그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종찬 사무총장이 『내각제는 민주주의를 가장 갈 꽃피울 수 있는 제도』라며 『그러나 국민이 지금 거부감 없이 받아 들 일수 ,있는가가 문제이며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갔다고 본다』 고 일단 꼬리를 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당헌에 못 박혀있지는 않으나 내각제는 민정당의 사실상의 당론이다.
6·29이전엔 내각제 당론을 추진하려다「직선제=민주화」라는 대세에 밀려 후퇴했었다.6공에 들어서도 윤길중 전 대표위원이 마닐라 방문 때 애드벌룬을 다시 띄웠다가「파문」만 일으키고 주저앉았다.
윤 전대표의 「마닐라파문」 당시엔 당직자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서 『쓸데없는 일을 해서 정부·여당의 입지만 곤란하게 만들었다』며 『개헌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고 부인 하기까지 했었다.
당시에도 정부와 민정당의 이런 태도는 『장기적 정치목표』인 내각제가 영글기도 전에 낙과해버릴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인식됐었다.
민정당이 내각제를 장기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내각제 자체가 갖고있는 장점과△지역감정해결△권력분산△권력이양과정의 혼란예방 등의 명분 외에도 TK그룹 등 여권핵심세력의 장기적 정국운영 전략과도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직선제론 계속 집권하기가 어렵고, 더구나 3금의 대중성에 견줄만한 대타정자를 아직 갖지 못하고 있는데다 TK의 장기집권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다는 판단이 내각제를 선호케 한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정당 측은 김대중총재의 입장도 비슷하다고 본다. 지역한계성이나 출마가능성 등을 보면김 총재도 직선제를 고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노태우 김대중 회담에서 중간평가연기결정을 내리면서 밀약이나 또는 무엇인가「양해 가 이뤄졌다면 , 그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대 타협을 모색하고 나가되 단기적으로는 연정이, 장기적으로는 내각제개헌의 아이디어와 연결되는 논의가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정당이 지금 당장 내각제 개헌론을 쟁점 화할 의도는 없는 듯 하다.
5공청산등 선행해야할 논제가 있는데다가 자칫하면 노 대통령의 임기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일과성발언이 내각제논의를 점화시킬 것으로 보고 앞으로 내각제 개헌설득에 나서겠다는 김종필 공화당총재 등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본격막후논의의 시기를 기다리고있다. <고도원· 이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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