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감자 3명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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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쿠바 내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용돼 있는 테러 용의자 3명이 감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고 10일 미군이 밝혔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연루된 혐의로 460여 명이 갇혀 있는 이 수용소에 대해 그동안 "수감자를 고문하는 등 비인간적인 처우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수감자 일부가 미군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으나 자살사건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미 당국이 2002년 1월 테러 용의자들을 이곳에 가둔 이래 4년 반 동안 수감자 25명이 41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지만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으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명과 예멘 출신 1명이 10일 오전 각자의 방에서 침대 시트와 옷가지 등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맨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의 행동은 절망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전쟁행위"라며 "사망자 중 한 명은 알카에다의 고위 또는 중간 간부"라고 말했다. 기지를 관할하는 미 남부군 사령관은 "자살한 수감자들이 유서를 남겼다"고 했으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휴양지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 소식을 듣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부시 행정부의 인권기록에 오점을 남기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기지에 대해선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폐쇄를 촉구했으나 미 행정부는 난색을 표명해 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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