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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하다 순찰차 파손 트럭기사에 200만원 요구한 부산 경찰

중앙일보

입력

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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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하다 경찰 순찰 차량을 파손한 트럭 기사에게 수리비보다 많은 현금을 요구한 현직 경찰 간부 A씨(59)가 직위 해제됐다. 윤창호법 시행을 앞두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현금을 요구하며 음주 운전자와 합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공직기강 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음주사고 트럭기사 단순 음주운전으로 처리 #경찰 간부 “수리비 200만원 내라” 요구해 #트럭기사 “수리비 과하다”며 감찰계 신고 #부산경찰청 해당 직원 직위해제, 대가성 조사

사건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화물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이날 오후 5시 20분쯤 부산 강서구의 한 도로에 112 순찰차가 출동했다. 출동한 경장 B씨(28), 경장 C씨(38)는 화물차를 운전한 트럭 기사 D씨(36)를 붙잡아 음주측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트럭 기사는 음주측정에 응하는 척하며 차를 몰고 도주했다.

B·C경장은 112 순찰차를 몰고 곧바로 화물차량을 추적했다. B·C 경장은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정문 앞에서 트럭을 가로막고 기사를 검거했다. 트럭 기사는 혈중알코올농도 0.263%로 만취 상태였다.

하지만 순찰차가 화물차량을 가로막을 때 앞범퍼 부분이 파손됐다. 트럭 기사는 당시 “순찰차 수리비를 보험 처리하지 않고 현금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트럭 기사를 일단 돌려보냈다. 며칠 뒤 자동차 정비공장이 낸 견적서의 수리비는 62만원 정도였다. 경찰은 트럭 기사의 음주운전 사고를 단순 음주로 처리했다. 공용물건 손괴 부분을 고의로 뺀 것이다.

그런데도 트럭 기사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수리비를 내지 않았다. 사고 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자 다급해진 부산 강서서 교통조사계 간부 A씨는 지난 7일 트럭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리비로 200만원을 빨리 내라고 독촉했다. 그러면서 트럭 기사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을 거론하며 “구속될 수 있다. 단순 음주운전으로 처리할 테니 빨리 200만원을 내라”고 거듭 요구했다.

수리비가 과하다고 판단한 트럭 기사는 지난 10일 부산 강서서를 찾아 “수리비 200만원을 내면 구속을 면할 수 있냐”고 다른 경찰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곧바로 감찰계에 이런 내용을 신고했다.

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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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보고받은 이용표 부산경찰청장은 12일 A씨를 직위 해제했다. A씨가 차량 수리비보다 140만원 많은 200만원을 요구한 것은 대가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뇌물 및 공용물건 손괴 보고 누락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A씨는 물론 B·C씨를 상대로 내사에 착수했다. A씨가 수리비 200만원을 요구하는 과정에 B·C가 개입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A씨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수리비 200만원을 요구했다면 처벌 대상”이라며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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