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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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신은 천국이 있다고 믿습니까? 7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당신은 그 곳에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예』 라고 한 사람은 76%였다.
지옥이 있다고 믿습니까?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58%에 지나지 않았다 .당신이 지옥에 갈 것 같습니까? 불과 6%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신의 존재를 묻는 질문엔 94%의 사람들이 믿는다고 대답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미국의 성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의 응답이었다.
미국의사회학자「A·그릴레이」는 천국에서 벌어질 일들에 관해 사람들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천국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전쟁과 질병과 일상의 행복을 방해하는 불편을 빼고 말이다.
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조물주를 만나는 것이고, 지상에서 헤어진 부모와 형제 자매들, 친척들과도 만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 샌타모니카 의료원의 한 목사는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천국엔 무성의 인간들만 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그 곳엔 남편도, 아내도 없이 무성인간만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 목사 자신도 천국엔 조화만 있기 때문에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셰익스피어」 는 그의 작품 『헨리 6세』 에서 『천국은 영원한 기쁨의 보고』로 묘사했다. 『유토피아 (이상향) 』를 쓴 T·모어는 천국에 이르는 길은 어디에서나 여정도, 거리도 같다고 했다. 미국의 철학자 「H·D·드로」같은 사람은 천국은 머리 위뿐 아니라 발 밑에도 있다고 했다. 지상에도 천국이 있다는 뜻이다.
누구 말이 옳든 천국이 있고 없고를 투표로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천국이 있다고 믿는 것과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삶의 자세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학자들의 결론은 결국 천국을 부정 하면이 세상에서 도덕이나 착한 삶이 설자리를 잃는다는 것이다. 오늘처럼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의 가치를 더 앞세우고 이타보다는 이기에 집착하는 시대일수록 중심을 갖는 삶의 자세는 중요하다. 천국은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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