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통령 예방 30분 지각 '외교 결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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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연착했습니다. 미안합니다."

9일 포르투갈을 공식 방문한 한명숙(얼굴) 총리는 사과 발언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 9시30분(현지시간)으로 예정된 아니발 안토니우 카바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예방에 30분이나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수도 리스본의 대통령 궁에서 기다리던 실바 대통령은 "이동객이 많아 시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포르투갈 방문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외교적 결례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실바 대통령은 한 총리를 만난 뒤 곧바로 리스본에서 포르투갈 제2 도시인 포르투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다음날인 10일은 포르투갈 최대 명절인 '포르투갈의 날'. 실바 대통령은 포르투갈이 낳은 시성 루이스 바스 드 카몽이스를 기리는 기념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한데 한 총리 때문에 실바 대통령의 일정도 부분적으로 순연돼야 했다. 대통령과의 면담이 늦어지면서 한 총리와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와의 면담 일정도 30분 미뤄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한 총리 일행이 프랑스에서 포르투갈로 떠나려는 순간에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총리 수행원 두 명의 이름이 잘못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에어 프랑스였다.

파리 드골 공항 측은 탑승자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했다. 이 때문에 이륙이 한 시간 늦어졌다. 파리에서 리스본으로 가려던 다른 승객들도 영문을 모른 채 덩달아 한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명단 문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한국 의전팀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소한 비행기 티켓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행기 표가 늦게 준비되는 바람에 파리의 숙소에서 나온 한 총리 역시 한동안 승용차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총리실과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총리 전용기 하나 없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며 책임을 전용기에 돌렸다.

프랑스 측이 지나치게 검색을 까다롭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측은 한 총리 방문기간 중 의전차량과 함께 경찰의 에스코트를 제공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명단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일정이 촉박한 한국 총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 한 총리의 순방 일정=9박10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포르투갈.불가리아.독일 4개국을 순방 중이다. 6일 출발했다. 유럽 국가들과 정보기술(IT) 분야 등의 협력기반을 넓히고, 유럽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정책 등을 살필 예정이다.

한 총리는 8일까지 프랑스에 머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회담을 통해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공식 요청했다. 9일과 10일에는 포르투갈을 공식 방문한다. 11~12일에는 한국 총리로서 처음으로 불가리아를 방문한다. 게오르기 푸르바노프 대통령과 세르게이 스타니셰프 총리와 회담을 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을 방문해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과 면담한다. 또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한국-토고전을 참관한 뒤 선수단을 격려할 예정이다. 귀국은 15일이다.

리스본=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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