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아빠 콘테스트 한다면 단연코 챔피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우리의 챔피언 대니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316쪽, 7500원

우리 아빠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야. 내가 소풍을 동물원으로 가는지 식물원으로 가는지, 새로 사귄 친구는 취미가 무언지 물을 틈이 없으셔. 아침엔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서고, 늦은 밤 불쑥 방에 들어와 술 냄새 나는 얼굴을 부벼대곤 하시지. 주말에도 별 수 없어. 놀이동산에 가자 졸라봐도 "아빠가 피곤해서 말이야"라며 소파에 누워 축구 중계만 보신단다.

자, 이런 불평이 낯설지 않은 아버지들은 조심하자. '우리의 챔피언 대니'를 읽고 난 아이에게 옐로 카드와 함께 이런 선언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나도 대니네 아빠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아홉살 대니는 갓난 아기 때 엄마가 죽은 뒤 자동차 정비사인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외롭다고 느낀 적이 없다. "세상 어느 아이도 가지지 못한 너무나 훌륭하고 멋지고 재미있는 아빠" 덕분이다. 대니의 아빠 윌리엄은 '좋은 아빠 콘테스트'가 있다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챔피언을 먹을 만하다.

부자도 아니고 교육도 잘 받지 못했지만, 그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다. 매일 밤 잠자리에서 동화를 하나씩 지어 들려주고, 대니의 등하교길을 늘 함께 걷는다. 자전거 바퀴와 세제 상자로 멋진 자동차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바람 부는 날이면 아들과 들에 나가 연을 날린다. 책은 대니의 목소리로 멋진 아빠와 함께 심술궂은 이웃의 숲에 몰래 들어가 꿩 120마리를 훔쳐내는 가슴 두근두근한 모험담을 들려준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작품이다. 밀렵이란 소재를 엉뚱하고 귀여운 상상력으로 포장한 글재주가 감탄스럽다. 늘 단짝으로 일하는 퀸틴 블레이크의 정감 있는 삽화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어떻게 하면 대니네 아빠 같은 '챔피언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의 두 딸을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달은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은 충고를 남겼다. "언제나 이 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앞뒤가 꽉 막힌 아빠는 정말 하나도 재미없다는 것을. 아이들이 원하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아빠는 생기가 넘치고 유쾌하고 톡톡 튀는 아빠라는 사실을!"

신은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