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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안 뗐으면 신고도 안했어"…단속에 앙심, 경찰 무고한 버스기사

중앙일보

입력

교통단속 중 ‘헬멧 미착용’으로 딱지를 뗀 경찰관을 거짓으로 무고한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5일 현모(34)‧이모(34)씨 2명을 무고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헬멧 단속 1시간 뒤 "경찰차 때문에 접질렸다" 뺑소니 신고  

지난 6월 9일 자정이 넘은 시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택가를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경찰차가 불러세웠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남성 2명 중 뒷사람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단속을 위해서였다. 도로교통법상 동승자가 헬멧을 쓰지 않아도 운전자가 처벌받는다. 운전하던 현모(34)씨는 도로교통법 위반(보호장구 미착용)으로 2만원짜리 ‘딱지’가 떼였다.

1시간 쯤 지난 오전 1시 30분, 현씨가 다시 관악경찰서에 찾아왔다. “경찰관이 경찰차로 막으며 급정지하게 해 발목을 접질렸는데 아무 조치도 없이 그냥 갔다”며 뺑소니 사고 신고를 하러 온 것이다. 현씨는 이후 병원 진료기록을 제출했고, 운전자였던 김모(55)경위의 보험사는 현씨에게 50만원의 보험 합의금을 지급했다. 경찰은 “일단 사고가 접수됐고,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니 보험사에서는 그에 대해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씨가 합의금을 받는 걸 본 이씨도 2주가 지난 23일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고, 역시 5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사고 당일 현씨가 작성한 교통사고 진술서 . [관악경찰서 제공]

사고 당일 현씨가 작성한 교통사고 진술서 . [관악경찰서 제공]

허위 진단서로 수사 착수, '보복성 무고'도 들켜

이후 이씨의 진단서를 본 경찰은 ‘20일 교통사고를 당했다’라고 허위 진술한 점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씨의 진단서에도 ‘승용차와 추돌’이라고 쓰인 것을 본 경찰은 두 사람을 보험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과정에서 현씨가 ‘뺑소니’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로 뺑소니 접수를 한 사실도 적발해 무고 혐의도 추가됐다. 버스기사인 현씨는 ‘뺑소니’가 성립되려면 필요한 ▶현장에서 바로 아프다 말해야 하고▶연락처를 주지 않고▶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말해야 한다 등의 조건을 모두 알고 있었다. 경찰은 “뺑소니의 정의를 명확히 알면서 허위로 ‘뺑소니’라고 신고했고, 9일 처음 뺑소니 접수를 할 때 ‘딱지만 안 뗐으면 신고 안 했다’고 말하는 등 보복성 무고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23일 진료받은 뒤 제출한 진료기록부. 9일에 발생한 사고를 '20일에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관악경찰서 제공

이씨가 23일 진료받은 뒤 제출한 진료기록부. 9일에 발생한 사고를 '20일에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관악경찰서 제공

사고 당일 현씨의 진단서. '추돌'이 없었으나 '추돌했다'고 진술했다. [관악경찰서 제공]

사고 당일 현씨의 진단서. '추돌'이 없었으나 '추돌했다'고 진술했다. [관악경찰서 제공]

경찰은 두 사람이 무고한 뺑소니 건은 ‘무혐의’로 결론냈고, 현씨와 이씨는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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