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매춘 합법화" 입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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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태국 정부고위관리들이 매춘을 합법화하고 전국 주요지역에 섹스낙원지대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잇달아 하고있어 정부관리들과 언론·인권단체간의 매춘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화하고 있다.
「프라만·아디렉산」내상은 최근 자녀들을 유흥가나 마사지업소 등 이른바 섹스업소에 팔아 넘기는 부모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근절키 위해 유흥가 여성을 등록시키는 등 매춘을 합법화하자고 제안한데이어 그의 정치·행정담당고문인「사르드·피야완」씨는 한술 더 떠 방콕을 비롯,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국 주요지역에 섹스낙원지대를 설치하자고 제의하고 있다.
여기에「프라킷·우타모테」내무차관은 매춘은 일부 가난한 지역의 소득향상 등 경제를 위해 긴요하다고 역설함으로써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무성 고위관리들은 언론이나 여성·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비난에 대해 매춘합법화는 하나의 구상에 불과한 것이고 각계각층의 찬반의사를 수집 중에 있다고만 밝히고 있으나 이미 연정 내 최대정당인 차트차이 당은 어떤 형태로든 매춘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최근 매춘합법화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보이는 경찰의 일제단속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남부관광도시 핫야이지역 유흥가대표 1백여 명이 매춘여성의 등록에는 반대하지만 매춘업소의 등록에는 찬성한다며 정부가 제안한 매춘합법화를 지지하고 전국적인 지지 캠페인까지 벌이고있다.
이들은 최근 경찰의 일제단속으로 월 1만여 명에 달했던 이 지역의 말레이시아 관광객이 2천여 명으로 줄어 폐업한 업소만도 60개소에 달하고 매춘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 지역 일부 음식점이나 기념품상점들도 금년 들어 수입이 1개월 평균 1천2백 달러 선에서 80∼1백 달러 선으로 뚝 떨어져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라고 불평하고 있다.
정부관리들은 매춘을 합법화하고 섹스낙원지대를 만들면 그 동안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음성적으로 영업을 해오던 일부 업소들이 합법화될 뿐 아니라 정부의 세수증대에도 기여하고 심각한 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나 성병치료를 정부가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여성들의 신원파악이 용이해 범죄예방과 단속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르드」내상 고문 특히 섹스낙원지대는 정부의 사회복지관련 부처가 관리하게 되지만 감독은 정부가 임명하는 의사 등 전문가들에게 맡김으로써 종사자들의 복지측면이나 질병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의 건설을 위해 민간기업의 투자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국의 인권단체나 언론들은 윤락여성 등록제는 이들에게 일생동안 윤락여성이라는 굴레를 씌워 한 인간으로서의 장래를 망치게 하는 등 인권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며 매춘의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태국 최대 발행 부수의 타이라트지는 이날 사설에서 일부 정부관리들의 생각대로라면 태국의 섹스낙원 지대를 관광객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안내책자나 포스터 등도 제작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고 그같은 발상은 세계적인 관광국인 태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태국여성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자신문 방콕 포스트지는 이 문제를 매춘의 합법화로 해결하려는 정부관리들의 발상은『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며 내무성관리들을 신랄히 비난했다.
한편 태국청소년 권리보호센터를 비롯한 청소년보호단체와 인권단체들도 정부는 소득의 엄청난 불균형 등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윤락여성의 격증현상을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부모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섹스를 관광에 이용하고 있는 정부가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난했다. 【방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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