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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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T·루스벨트」대통령은 저녁 식사를 하다가 소시지 속에서 파리를 발견했다. 그는 즉석에서 후생성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식품위생법을 고치도록 지시했다. 미국은 그 후로 이 법만은 유독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한국인교포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위생검사다. 한번 법에 걸리면 어떻게 손쓸 겨를도 없이 저 벌을 받아야 한다.
미주판 한국신문에서 한 교포의 수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식당업을 하는 경쟁자가 이 쪽 식당을 모함하기 위해 몰래 쥐를 풀어놓았다. 그것이 보건소에 고발되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미국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다.
그러나 쥐 소동보다 더 심각한 일을 사람들은 모르고 지낸다. 음식속에 들어 있는 각종 공해물질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관심하게 지나치다.
물감 칠한 생선, 표백제 바른 도라지는 우리 사회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동안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필경 참기름, 콩나물, 각종 인스턴트 식품들에도 문제가 있을텐데 당국은 얼마나 정직하게 감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하루 세끼 먹는 식품속에 무려 95종의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었다. 야채에 묻은 각종 농약까지 치면 많은 경우는 1백10종도 더 되었다고 한다. 우리라고 예외일 것 같지 않다.
방부제의 경우 일본 동경대의 한 교수가 실험쥐를 대상으로 그 위험도를 실험해 보았다. 체중 1㎏에 1 의 방부제가 든 음식을 먹여본 결과 반수가 죽었다. 방부제는 버터나 치즈 등 유제품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
표백제로 쓰이는 과산화수소는 우리 몸에 흡수되면 물과 산소로 분해되어 유해한 물질이 축적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약학자들의 임상분석에 따르면 6할 정도만 분해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체내에 축적된다.
과산화수소라면 우리가 상처를 입었을 때 그 부위에 바르는 약의 일종이다. 그 약이 상처에 닿으면 그렇게 쓰리고 아플 수가 없다. 바로 그런 약이 식도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좋을리 없다.
불량, 부정, 공해식품은 결국 불특정 다수를 위해하는 간접 살인행위와 같다. 이런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그 일을 돕는 일이다. 정부는 어느 날 별안간 생각난 듯이 단속하다가 마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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