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발매기…일손 놓은 직원|사흘째「짜증 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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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파업 3일째를 맞은 서울 지하철은 노조원들 대부분이 정상 조업을 거부, 「파행 운행」이 계속되는 바람에 시민들의 짜증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자동 발매기·수동 발권기 등도 관리하는 직원들이 일손을 놓는 바람에 곳곳에서 고장, 후유증이 심각해져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근무를 거부한 채 민주당사·평민당사 등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경찰 진압 작전에 대비, 사전에 달아난 노조 간부들에 의해 원격 조종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달아난 노조 간부 15명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지하철역 구내 주요 시설에 대한 보호 경계령을 내렸다.
경찰은 파업중인 임시 집행부가 파업 계속을 위해 집회를 가질 경우 원천 봉쇄하고 이들을 모두 공무 집행 등 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다.
검찰도 파업 장기화에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에 따라 당초 30여명선 구속 방침을 바꿔 구속 범위를 확대하고 학생·재야 단체 등이 가세된 운행 방해 행위를 적극 차단키로 했다.
◇시민 짜증=지하철 2호선의 신설동∼성수 구간 불통으로 성수역에선 시민들이 엉뚱한 곳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우왕좌왕 하는가하면 배차 간격이 크게 늘어나 출근길 혼잡이 여전.
l7일 오후 9시30분 종로 3가역에서는 정병량씨 (34·상업·서울 상계 2동 396)가 지하철파업으로 운행이 일찍 끊긴 것에 항의, 매출구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다.
미아 3거리역에서는 시민들이 『파업을 풀고 빨리 운행을 정상화시키라』고 항의, 지원 나온 공무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후유증=직원들의 근무 거부로 곳곳에서 고장이 발생, 이용객들이 표를 못 구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청량리역에서는 자동 발매기 10대 중 6대가 고장났고 수동 발권기 9대 중 조작 미숙으로 5대가 고장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 대응=검찰·경찰은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들에게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달아난 노조 간부 15명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파업 지속을 위한 집회를 원천봉쇄, 검거 되는대로 공무 집행 방해죄 등을 적용, 전원 구속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전민련 등 재야나 학생들의 가세를 차단하기 위해 이들 동태에 대한 정보 활동강화에 나섰다.
검찰도 복귀 서약까지 한 노조원들이 근무를 거부, 농성에 합류하고 있는 것을 중시, 현재 조사중인 노조원들 가운데 혐의 사실을 더 밝혀내 구속 범위를 당초 30여명 선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수사=검찰과 경찰은 사전 영장이 발부된 정윤광 노조 위원장 (42) 등 2명을 구속한데 이어 18일 승무지부장 최낙용씨 (41) 등 12명을 노동쟁의 조정법·공무 집행 방해·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구속하고 시설 지부장 김광섭씨 (41) 등 3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로써 이번 파업과 관련, 연행 됐던 2천3백45명 중 14명이 구속됐으며 2천2백75명이 훈방됐다.
검찰과 경찰은 주동자로 수배중인 쟁의 지도 부장 이광렬씨 (26) 등 15명에 대해서도 이들이 검거되는 대로 대부분 구속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구속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구속된 12명은 다음과 같다.
▲최낙용 (41·지부장) ▲임성규 (32·총무부장) ▲윤재운 (34·교육부장) ▲김유복 (38·조직부장) ▲유방식 (37·법규부장) ▲엄재성 (27·편집부장) ▲임동헌 (35·부대산업부장) ▲이재룡 (38·군자지회장) ▲양윤모 (37·복지후생부장) ▲임량택 (31·제1통신지 회장) ▲박경명 (33·제2통신지회장) ▲김상희 (36·차량지부3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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