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선물|박만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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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월의 흐름에 실려 어느덧 지난달 결혼 후 12번째 맞이하는 나의 생일날이었다.
12년 동안 아들·딸을 남보다 건강하고 착하게 키운 것, 남편 사업의 내조 역할·뒷바라지에 열심인 것만이 나의 일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두번이나 사업 실패의 고배를 마셨고, 그 상황 속에서 결혼반지·목걸이를 팔지 않으면 안될 곤경에 처했던,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나날들이 그날 따라 더욱 생생히 생각났다.
항상 남편은 내 손가락을 볼 적마다 미안한 얼굴로 『여보 미안해, 조금만 참아 줘』라고 했다.
자립심이 강하고 성실한 남편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은 아담한 주택 하나도 장만했다.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꾸려가며 어렵게 장만한 내 집 정원 뜰엔 지금 철쭉 봉오리가 피어나고 겨울을 지낸 장미·개나리에도 새잎이 툭툭 솟아나고 있다.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이젠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찾아 나는 나 자신이 진정한 축복 받은 자임이 틀림없다고 신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있는데, 뒤늦게 귀가하는 남편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요란해 시계를 보니 밤 11시다.
남편은 싱글벙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열고 『당신 생일 축하해. 건강 하라구』 하며 마디 맺힌 내 손가락에 18금 실 반지를 키워주는 것이었다. 두 가닥으로 아주 정교하게 빚은 세련된 반지는 내 손가락 사이에서 반짝거리며 윤기가 났다.
나는 평소 무뚝뚝하고 애잔한 정이 없다고 얼마나 남편을 비판했던가.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흥건히 괴었다.
『여보, 내년 당신 생일 땐 꼭 다이아반지 원래 그 형태로 해줄게』하고 덧붙인다. 미지의 꿈이 담긴 우리의 장래는 태양의 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건강하고 성실한 남편, 보배로운 아들·딸과 함께 우리는 늘 인간답게 사는 길, 보람있는 날들을 위해 성실히 땀을 흘릴 것이다.
행복이란 산너머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가까운 곳에 있는 것임을 믿고 작은 행복과 보람을 찾으리라.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웃을 생각하며 살리라 다짐해 본다.
이제 멀지않아 나의 작은 뜰에는 철쭉이 피어나고 새잎이 솟아나리라. 우리 가족의 꿈도 그와 함께 피어나리라. <부산시 동래구 연산 2동 1375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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