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두고 중·일 밀착 가속…中, 원전 사고 7년만에 쌀 수입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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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트에서 판매중인 니가타산 쌀. [홍콩 동방일보 캡처]

일본 마트에서 판매중인 니가타산 쌀. [홍콩 동방일보 캡처]

중국 정부가 일본 니가타(新潟)현 쌀 수입을 전격 허가했다. 지난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첫 일본산 농산물 수입 허가 조처다. 한·일이 강제노역 배상 판결 등으로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일 양국의 정치·경제 밀착이 가속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수입 재개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직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대만이 24일 국민투표에서 일본 후쿠시마 일대 농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과도 역행한다. 내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 후 첫 일본 공식 방문이 예정돼있어 중·일 밀월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격)가 28일 게재한 ’평가를 거쳐 일본 니가타 쌀 수입을 허가한다“는 2018년 제175호 공고. [중국 해관총서 캡처]

중국 해관총서(세관 격)가 28일 게재한 ’평가를 거쳐 일본 니가타 쌀 수입을 허가한다“는 2018년 제175호 공고. [중국 해관총서 캡처]

중국 해관총서(세관 격)는 28일 “평가를 거쳐 일본 니가타 쌀 수입을 허가한다”는 2018년 제175호 공고를 발표했다. 단서 조항도 붙였다. “니가타 쌀은 일본 니가타 현 생산 벼 및 벼 가공 현미를 일컫는다. 해관총서에 등록된 일본 쌀 가공공장에서 가공한 쌀”과 “일본 니가타 쌀은 수입 시 중국 식품안전, 식물위생법률법규 등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덧붙이고 공고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수입 재개 사실을 확인했다. 29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29일) 오전 중국 해관총서가 이미 공고를 발표했다”며 “원칙상 중국은 일관되게 수입식품 안전을 중시한다. 과학적 원칙에 따라 일본 식품의 중국 수입 문제를 처리할 것이며 양측 관련 부문은 계속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니가타현의 한 농부가 벼를 수확하고 있다.  [홍콩 동방일보 캡처]

일본 니가타현의 한 농부가 벼를 수확하고 있다. [홍콩 동방일보 캡처]

일본 정부도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중국 정부가 홈페이지에서 니가타 현 산 쌀의 수입 중지를 해제하는 공고를 게재한 데 우선 환영한다”며 “이후에도 남은 수입규제에 대해 모든 기회를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둬 수입규제 폐지와 완화가 진전되도록 끈기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중국은 2011년 도교 전력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오염을 우려해 후쿠시마·도쿄 등 10여개 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수산물의 수입을 중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을 공식 방중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에서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식품 수입 제한 해제를 요청했다. 중국은 아베 총리 방중 한 달 만에 수입 금지 해제로 화답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 농수산물의 3대 수출국으로 2017년 수입액이 62억 위안(약 1조원)을 기록했다.
중국 네티즌은 이번 해제 조치에 반대가 더 많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아이디 ‘이하이린펑(依海臨風)’은 “이들 농산물을 정책 결정 층과 지도자층에게 특별 공급을 지지한다”며 “그들은 고생이 많으니 보양이 필요하다”며 비난했다. 홍콩 명보는 30일 중국 네티즌 사이에 이번 수입 금지 해제 조치에 반대 여론과 “일본 쌀은 확실히 맛있다”는 찬성 여론이 극단적으로 나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웨이보에서 찬성하는 글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2013년 9월 9일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 규제를 강화했다. 2015년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해결을 요구했고, 올해 2월 22일 WTO 패널은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등의 수입 규제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4월 WTO에 상소를 제기한 상태다.
한편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장관은 29일 대만이 24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농산물 수입 개방 금지” 안건이 통과된 데 대해 “무척 유감이다. WTO가 규정한 절차에 따라 분쟁 해결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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