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여배우 쿠로, 사보이家 왕족과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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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왕자와 결혼해 화제를 뿌렸던 미국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1929~82년)에 이어 또 한명의 배우 출신 '신데렐라'가 탄생하게 됐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여배우 클로틸드 쿠로(34). 그는 오는 25일 바티칸 대성당에서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의 '왕자님' 엠마누엘레 필베르토 베네치아(31)공과 결혼식을 올린다. 쿠로는 그동안 25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세자르 영화상 후보에도 두 차례나 올랐던 배우. 한국팬들에겐 99년작 '페이싱'으로 유명하다.

쿠로의 시가(媤家)가 될 사보이 왕가는 이탈리아가 공화제를 채택한 20세기 중반까지 80여년간 통치했던 왕족. 베네치아공은 이 사보이가의 적통으로 만약 가문이 복권된다면 왕위 계승 1순위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보이가의 마지막 국왕이었던 움베르토 2세는 파지즘 정권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조국을 등져야 했던 데다 47년에는 공화국 헌법에 의해 국왕과 그 배우자, 그리고 남자 자손은 이탈리아에 돌아오지도 못하는 불운의 왕조가 됐다. 베네치아공은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의회로부터 사면받아 지난 3월 귀국할 수 있었지만, 국민을 배반한 왕조라는 국민감정 탓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현재도 이탈리아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처지다.

비록 왕권은 없지만 베네치아공의 재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위 당시 받은 거액의 보험금을 유산으로 받은 데다 스위스 제네바에 머물며 은행 컨설턴트.이탈리아 프로축구 해설자.광고모델 등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쿠로는 파리 근교 빈민가 출신.

공통점이라곤 없는 쿠로와 베네치아공이 만난 것은 3년 전. 당시 쿠로는 다른 남자와 열애 중이었지만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베네치아공의 끈질긴 구애에 넘어가고 말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쿠로는 벌써 임신 6개월째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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