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들 발길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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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수출전망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현대·대우 등 종합상사의 수출창구에 비친 외국바이어들의 동향은 섬유·신발·완구 등 원화절상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경공업제품 바이어들이 중국·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한 반면 전자·자동차·철강 등 중화학제품 쪽은 장기계약에 의한 고정거래선 확보로 타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등 노사분규를 겪고있는 업종은 고정바이어에도 불구하고 물량을 대지 못해 수출에 지장을 받고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섬유·가방·신발 등 경공업제품은 원화절상과 원-부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미국·중동의 바이어들이 중국·태국 등지로 이탈하고 있으며 EC지역으로부터의 주문도 감소추세에 있다.
그러나 전자·전기류 및 철강 등 중화학제품의 수출이 안정적으로 늘고 있는데 힘입어 올2월말까지의 총 수주액은 7억3천2백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올 2월말까지의 수출실적이 9억9백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3월 이후에도 이러한 수출증가세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올 2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정도 줄어 총 수출은 2월말까지 7억6천만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현대는 그러나 전자·전기제품 및 부품의 수출이 1백% 늘고, 화학비료가 2백%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고정바이어를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수출이 중반기이후 정상화되면 전체적인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는 섬유 등 경공업제품은 원화절상, 자동차·선박 등은 노사분규 때문에 수출증가세가 둔화되어 수출선행지표인 LC내도액이 올 2월말까지 7억 달러 정도로 추산, 지난해의 7억3천5백만 달러보다 줄어들었으며 수출실적 역시 올 2월말까지 5억 달러로 추정, 지난해의 5억2천5백만 달러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는 그러나 올 2월말까지 수출부진은 조기선적·계절적요인·연휴 등의 영향이 있었으며 바이어들의 동향도 보합세에서 증가추세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3월 이후에는 수출이 늘어 올해 수출목표 60억 달러(19% 성장률)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럭키금성상사의 경우는 섬유·신발 수출이 미국 바이어들의 이탈로 각각 15%, 30% 줄어들긴 했으나 주력인 전자·전기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선경의 경우 완구·문구 등의 소액바이어들이 대만·홍콩 등지로 전환하고 있어 신규바이어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지만 단가가 큰 전자제품의 고정 바이어들이 다수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수출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코오롱상사는 직물·봉제 등의 바이어들이 홍콩·태국 등지로 이전하고 있으나 장기계약을 맺고있는 화학·금속·철강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올 1월말까지 LC내도액은 5천9백만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50%나 늘어나 수출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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