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 접근 서로가 냉정해야 한다"|소 국제관계 연 한반도 책임자「쿠나제」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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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한 관계는 너무 기대가 크고 뜨거워졌으나 이제 침 착·냉정해야 한다.』
소련 국제문제에 있어서 제일 큰 두뇌집단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과학아카데미 산하)의 한반도 및 일본문제 책임자인「게으르기·쿠나제」극동부장은 모스크바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대담에서 말했다.「쿠나제」박사는 소 과학아카데미의 동양연구소 또는 극동연구소 보다 종합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에서 한국문제를 다루고 있다.
-최철주 특파원=「고르바초프」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 정책을 유화적으로 추진하는데 어떤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가.
▲「쿠나제」=페레스트로이카는 개혁도중에 있으며 문제도 산처럼 커지고 있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큰 문제는 경제활성화·경제구조개혁이다.
「브레즈네프」시대에 소 경제성장률은 떨어졌으며 그 시대가 끝나면서 성장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성장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경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구조개혁이 큰 의미를 갖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장률을 올리는 것 보다 내리는 것이 중요하며 상품의 양보다 질이, 그리고 과학기술의 도입이 우선되어야 한다.
소련은 여러 가지 상품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며 현실과의 격차도 크다. 우리는 그 갭을 인정하고 조정해야 한다.
-소련의 경제개혁은 정치개혁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
▲정치개혁은 오래 전부터 필요했다. 수십 년 동안 정치체제는 변하지 않았으며 개혁을 하려 해도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빠른 속도로 조정·조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제개혁과의 연결이 필요하다. 어떤 단계에서 보면 경제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치개혁이 필요하며 정치개혁이 평탄하지 않으면 경제개혁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소련의 개혁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인지, 혹은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의 대외개방 정책에서 급선회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 걱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을 보자. 남한은 국내정세가 1백% 변했다. 남한이 또 변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한국인 자신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노태우 대통령이 민주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군대의 역할자체에는 걱정의 여지가 있다. 한국 군대가 가속화된 국내개혁에 응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소련도 한국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그같은 시각이 일반적이라면 한국의 대소경제교류는 어떤 방법으로 보장될 수 있겠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국제관계에서 1백%보장이란 있을 수 없다. 정책조정에는 어느 정도 위험이 있으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소련을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상호간 보장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소련과 한국은 권력의 이상상태를 보았다. 최고 책임자가 죽을 때까지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쿠데타방식이 선택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책이 바뀌어지면 위험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자체도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과거 한국정부의 독재체제를 비난했으나 40년 이상 계속되는 북한의 독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왔다. 북한은 소련의 개혁정책 영향권밖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는가. 소련이 남-북한간의 경제교류를 이어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가.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고르바초프」서기강의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 중에 조선반도에서 긴장완화가 표면화되면 소련은 남한과의 실무자 레벨의 접촉을 꾀할 것이라는 부분을 매우 중요시하고 싶다.
소련이 동맹국인 북한에 좀더 진실 되게 하라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소련 내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련의 공헌은 남한과의 경제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북한과도 좋은 관계를 갖는데 있다. 균형 갖춘 외교가 조선반도에 중요하다.
남한은 북한의 입장을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 남한은 북한이 언제나 예상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나 실제로는 예상하기 쉽다. 북한의 대소, 대중 관계가 결코 나쁘게 될 리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소련의 대한 접촉에 반발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없는데 그 이유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북한이 화가 난다고 해서 소련과의 관계를 그만둘 수는 없다. 북한외교의 큰 줄기는 소련과 중국이다. 헝가리에 비해 소중히 더 중요하다.
-북한에서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연구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는가.
▲아직 없다. 반년 전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의 참사관이 이 연구소에 왔기에 북한경제가 매우 심각하다는데 지금부터의 경제계획은 어떻게 돼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우리는 벌써 경제개혁을 실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나름대로의 개혁을 또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은 밖으로는 개혁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한소 상호간의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접근 무드가 너무 뜨거워졌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호간의 기대가 너무 크고 뜨겁다. 그러나 결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양쪽이 침착·냉정해야 한다.
소한 양국 경제의 내부구조는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으며 그 관계가 틀림없이 발전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소련은 무엇보다도 잘 짜여진 한국의 경제계획과 그의 시장을 연구하고 경험을 배워야 한다. 경제인 이외에 지식인간의 접촉도 필요하다.
-한-소간의 접촉확대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본은 한국이 소련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훨씬 전부터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 경계하는 것은 사실이다. 소련은 일-한 관계를 평행해서하고 싶다. <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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