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동체 파손' 긴급 회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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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공항을 출발,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1시간여 만에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엔진에 이상이 생겨 회항했다'는 게 대한항공의 공식적 설명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엔진 이상 정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비행 도중 엔진의 부품이 떨어져 나가면서 비행기 동체에 부딪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났었던 것이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 '노즈 콘'이 떨어져 나갔다=건교부와 대한항공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비행기는 대항항공 보잉 777여객기다. 승객 240여 명을 태우고 4일 오전 8시10분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비행기는 15분가량 비행을 해 오산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오른쪽 날개 밑에 부착된 엔진에서 '노즈콘(nose cone)'이라는 부품이 떨어졌다. 노즈콘은 순간적으로 엔진 윗부분에 부딪쳐 튕기면서 오른쪽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부위에 충돌했다.

노즈콘은 엔진 가운데에 있는 덮개다. 직경 45㎝가량의 원뿔형이고 철모 제작에 사용되는 파이버글래스로 만들어졌다. 무게는 890g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속 800㎞ 이상으로 나는 비행기에서 떨어질 경우 가속도 때문에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떨어져 나간 노즈콘은 비행기 동체에 직경 20㎝가량의 구멍을 냈다. 비행 중 부품이 떨어져 나가 비행기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는 국내 처음이다.

◆ "이해하기 힘든 사고"=비행기는 회항했다. 대한항공은 다른 비행기로 교체해 3시간 뒤에 다시 마닐라로 출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깨진 부분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라며 "부품이 떨어졌어도 항공 안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해당 부품이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거나 비행기 꼬리날개 등 비행에 중요한 다른 부분과 부딪쳤다면 상당히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건교부 산하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 위원회 변순철 조사팀장은 6일 "단순한 고장이나 이상이 아닌 이해하기 힘든 사고"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또 비행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에 사고 내용을 통보하고 합동으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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