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쉬'들고 온 안무가 반데키부스 "무아지경의 춤 보여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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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게임에 빗대 얘기하자면 나는 나이트(knight)나 퀸(queen)은 아니다. 대신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비숍(bishop)이다. 나는 전체 공연을 통해 길을 내는 역할을 하길 원한다."

무대를 달구는 춤꾼, 매번 강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작품으로 눈길을 끄는 안무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영상 제작자…. 벨기에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39.사진)의 역할을 열거하자면 그의 말대로 그는 '비숍'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것이다. 그는 그만큼 여러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창조물을 낚아내고, 무대 위에서 그것들을 기막히게 버무려 내는 사람이다.

유럽 현대무용의 떠오르는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가 23일 오후 내한했다. 그가 이끄는 울티마 베즈 무용단은 26일부터 사흘간 LG아트센터에서 무용극 '블러쉬(blush)'를 선보인다. '얼굴을 붉힌다'는 뜻의 '블러쉬'는 유럽의 평론가들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투쟁적 풍경'이라고 묘사했을 만큼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작품이다. 반데키부스와 9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한다.

-스무살이 넘어 무용을 시작했다. 춤의 테크닉 면에서는 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용을 시작하기 전 내가 만든 영상물 중 8개가 무용에 관련된 것일 만큼 관심이 많았다. 늦게 시작한 만큼 테크닉은 모자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기.감독.영화제작 등 다양한 예술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오히려 창작이 자유로웠던 것 같다."

-'블러쉬'는 충격적인 움직임, 강렬한 음악으로 대변된다. 한국의 팬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물론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크린 상에서 무용수들이 자유롭게 배영하고 무용수들이 이를 뚫고 나오는 등 재밌는 장면들을 보다 보면 점점 작품에 빠져들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객석에서 사람들이 호응하는 작품은 재미가 없다. 관객이 보기 싫어하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도 작품을 느끼는 행위 아닌가."

-당신의 무용단에 들어가려면 몸이 망가지는 걸 각오해야 한다고 들었다.

"우리 무용수들은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춤을 춘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극한까지 도달한 모습을 보여주며 솔직한 춤을 추자는 게 나의 지론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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