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관상동맥 협착증|이웅구<연세대의대 교수·내과>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에 압박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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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0대 후반의 중견변호사 K씨.
평소에는 남보다 훨씬 건강하고 스태미나도 좋고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믿어 왔는데 약1개월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을 하는데 1백m도 못 가서 가슴 한복판이 뻐근해 오면서 무력감을 느끼며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가슴의 압박감(압통)은 약3분 있다가 가라앉았다.
그후로도 그런 날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으나 점점 그 빈도와 강도가 높아져 K씨는 진찰실로 찾아왔다.
신체진찰 소견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었고 가만히 누워서 찍는 보통심전도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노거(트레드밀)위를 걷게 하며 시행한 운동부하 심 건도 검사에는「심장의 허 혈을 의심할 만한 심전도 소견이 운동시작 약5분 이내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는 홀더 모니터(트랜지스터 라디오 만한 레코더를 몸에 부착하고 24시간 동안 정상생활·운동·취침시의 변화를 보는 기계)에는 트레드밀 검사 때보다 더 심한 심전도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심장근육(심근)의 허 혈(혈액공급의 부족)로 인하여 가슴에 짓누르는 듯한 압통이 오는 것을 협심증이라고 한다.
협심증은 대개 관상동맥(심근자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벽에 기름기가 엉겨 붙어서 (죽상경화증)그 내 강을 좁아지게 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어떤 때는 관상동맥자체는 정상이나 심근이 아주 비대해서(비후성 심근 증)심근의 허 혈이 상대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경화증에 의한 관상동맥 협착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에도 동맥이 경련수축을 일으켜서 협심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같은 협심증 증세라도 관상동맥 자체의 기본적 병 변은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으며 그 치료법도 다르므로 반드시「조영 촬영」이라는 검사를 해서 이 기본적 병 변을 확실히 알아내야 한다.
조영촬영은 카테타라고 부르는 가느다란 대롱을 대퇴부의 동맥으로부터 삽입하여 관상동맥의 기시부(입구)에 넣고 조영 제를 투입하면서 X-레이 영화를 찍어 보는 것.
이 환자는 이상의 모든 검사로 오른쪽 관상동맥의 한가운데쯤에 90%정도의 협착(죽상경화증에 의한)이 있음을 확인하고 곧이어 작은 풍선이 달린 대롱(벌룬 카테타)을 협착 부위에 밀어 넣고 풍선을 팽창 시켜서 협착 부위를 활짝 열어 주는「경피적 경혈관적 풍선 확장 술」(의사들은 PTCA라고 부른다)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다.
PTCA는 조영촬영으로 해부학적 병 변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의 약 3분의1에서 할 수 있다.
그 나머지는 그냥 약을 쓰거나 개심 수술로「관상동맥 바이패스」수술(우회로형성수술) 을 하기도 한다.

<필자약력>
▲서울 출생(40년·의박) ▲경기고(58년)·연세대 의대(65년)졸업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의대 인턴 수료(66년) ▲미 시카고 노스웨스턴 의대 병원 심장내과 레지던트·펠로십 수료(66∼71년) ▲미 시카고 노스웨스턴 의대 심장내과 조교수(74∼77년) ▲연세대 의대 교수(77년∼현재·심장 내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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