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서 숨진 판사 한달전 글 "새벽 3시까지···쓰러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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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주말 야근 뒤 자택에 돌아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이승윤 서울고법 판사(42·여·사법연수원 32기)가 인터넷에 과로를 호소한 글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약 한 달 전 이 판사는 육아와 일을 함께하는 동료 판사들과의 인터넷 카페에 “예전엔 밤새는 것도 괜찮았는데 이제 새벽 3시가 넘어가면 몸이 힘들다”며 “이러다가 내가 쓰러지면 누가 날 발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글을 남겼다. 현재 해당 글에는 동료 법관들의 추모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판사는 지난 19일 오전 4시경 자택 안방 화장실의 한쪽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 쓰러진 채 남편에게 발견됐다. 지난 8일 시부상을 치른 이 판사는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법원 청사로 출근해 새벽까지 야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부검 결과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지난 21일 이 판사의 영결식에서도 이 판사의 과로를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은 이날 영결식 영결사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판사님의 업무 부담이 과중해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부터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고인이 일요일 저녁에 출근해 월요일 새벽까지 판결문을 작성한 후 비명에 가신 것은 우리 법원 가족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대법원장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 그 밖에 여러 모습으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매 순간 애쓰는 법원 가족들의 삶을 살피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적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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