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진통…학교·학생간 불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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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장 선출 문제를 둘러싸고 4일 교수와 학생·직원들간에 몸싸움까지 벌인 고려대「총장선출」진통은 학교·재단 측에 대한 학생·직원들의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자가 스승을 심사하는 총장 선출 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교수들에 대해『지금까지 총장이 재단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5공 때는 외부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채 학내민주화를 저해한 일까지 있는데 이제 다시 교수들만으로 총장후보 2명을 선출, 재단이 그중 1명을 총장으로 임명할 경우「재단지향성」인 총장이 등장하게 돼 학내 민주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생·직원들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발단=총장 선출 문제를 둘러싸고 교수 협의회 측과 총 학생회 등 학내 5개 자치단체가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총장 선출은 교수의 고유업무이므로 교수이외의 대학구성원 참여는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교수들 사이에 거론되면서 직원노조를 비롯, 총 학생회·대학원 총학생회·조교 협의회·강사 노조 등 학내 5개 자치단체가『총장은 대학전체를 대표하는 만큼 선출 또한 구성원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며 연대투쟁을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교수·학생들간의 의견대립은 차츰 첨예화되면서 지난달 1일에는 총장선출 규정안 확정을 위한 교수협의회 임시총회가 학생들의 회의장 점거농성으로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교수협의회는 이에 따라 지난 2월 21일 우편투표로 교수들 직선으로 총장후보 2인을 뽑는 총장 선출 안을 확정하는 한편 25일 이준범 현 총장을 포함, 6명의 후보등록을 받는 등 선거일정을 밀고 나갔다.
◇점거농성=교수협의회만의 단독총장 후보선출이 확실해지자 총 학생회 집행부 20여명은 지난달 20일부터 총장실을 점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고 대학원 총학생회·조교협의회 집행부 15명도 재단 이사장 실에서 별도의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4개 단체와 기본 입장은 같이 하고 있으나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던 직원노조도 지난3일 이틀간의 집단 휴가 원을 낸 뒤 본관 사무실 등에서 농성에 들어가 학사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직원노조는 당초 비민주적 인사를 사전에 걸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5개 단체 대표로「여론수렴 위원회」를 구성, 총장 후보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나머지 4개 단체의 주장에는 의견을 달리하며 총장 후보 선출과정에서 직원의 30%선거권을 요구하며 4개 단체와 따로 행동해 왔었다.
◇전망=학생·직원들의 실력저지로 오는 8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 총장의 후임선출 문제는 교수·학생들간의 강행과 저지 방침이 맞서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교수협의회 측은『1차 투표 개표와 2차 투표 일정 등 이 남아 있어 최종결과까지는 3∼4일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며『학생들의 총장 선출 참여는 교권 수호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정대로 총장후보 선출을 강행할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총 학생회 등 4개 자치단체는『교수협의회를 포함한 학내 6개 자치단체의 공동참여를 통한 총장선출을 관철시키겠다』며『이를 위해 7일부터 수업거부 및 4개 단체 동맹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측은 총장 선출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9일부터 총장이 확정될 때까지 학칙에 따라 대학원장이 총장직을 대행토록 할 계획이어서 총장표류 상태는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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