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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대출 막혀 … ‘1+1 재건축’ 애물단지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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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낡은 집 한 채를 작은 두 채로 나눠 분양받는 ‘1+1 재건축’ 방식이 걸림돌을 만났다. 사진은 이 방식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중앙포토]

낡은 집 한 채를 작은 두 채로 나눠 분양받는 ‘1+1 재건축’ 방식이 걸림돌을 만났다. 사진은 이 방식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중앙포토]

“1+1 재건축 조합원을 1주택자로 간주하라.”

9·13 대책서 입주권도 주택 간주 #‘2주택’ 분류돼 이주비 대출 막혀 #반포주공1·잠실진주 등 혼란 #금융위 “예외 규정 검토 안 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재건축·재개발조합 모임인 ‘주거환경연합’ 회원 300여 명이 항의집회를 가졌다. 금융위원회에 각종 규제에 대한 불만 등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연합회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정부가 1+1 재건축 제도를 만들어 권고해놓고 갑자기 다주택자로 묶어 대출을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던 ‘1+1 재건축’이 졸지에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이 방식은 중대형 주택 한 채를 가진 조합원이 재건축 후 중소형 두 채로 나눠 받는 제도다. 2013년 12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게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였다.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두 집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두 채 중 하나는 전용 60㎡ 이하여야 하고 준공 뒤 3년간 팔 수 없다. 전용 160㎡ 아파트를 갖고 있다면 전용 84㎡와 59㎡ 두 채를 받는 식이다. 집주인이 한 채에 거주하면서 나머지 한 채는 임대용으로 쓸 수 있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활발했다.

그러나 9·13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조합원 입주권과 분양권 보유자를 유주택자로 간주하면서다. 이에 따라 ‘1+1 재건축’ 신청자는 분양계획이 확정되는 관리처분인가 후엔 2주택자가 된다. 입주권 두 개를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됨에 따라 이주비를 한 푼도 대출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이 재건축 공사 기간에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대출 규제는 지난 9월 14일 이후 착공 신고하는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9·13 대책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9·13 대책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당장 ‘1+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혼란에 빠졌다. 관리처분(착공 전 최종 재건축안) 단계를 밟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한신4지구, 송파구 진주, 문정동 136 등이 대표적이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는 조합원 2296명 중 54%인 1200여 명이 ‘1+1 재건축’을 신청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과 관련한 주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내년 초 이주 예정인 진주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성용 조합장은 “조합원 1600여 명(상가 포함) 중 300명가량이 ‘1+1’을 신청했다”며 “이주비를 받아 아파트 공사 기간 머물 집을 구하거나 세를 둔 경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줘야 하는데 대출이 막혀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해당 조합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주택형·가구 수 등 설계를 변경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익명을 원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1 재건축을 취소하려면 사업시행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만큼 사업이 지연되고 금융비용 등 증가로 조합 부담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1 재건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주비를 대출 없이 마련할 수 있는 현금 부자 빼고는 이 방식을 신청할 수 없게 돼 ‘1+1 재건축’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규정을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 사업 도중 불가피하게 1주택이 2주택으로 간주됐고, 투기를 막기 위한 전매제한 장치도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9·13 대책 발표 시점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에 들어간 곳은 대출 규제에서 예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예외 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큰 원칙 아래 구체적 사례별로 유권해석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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