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독일 월드컵 참관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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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축구광으로 알려진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독일 월드컵을 참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네츠차이퉁 등 독일 언론은 4일 그가 테헤란의 집무실에서 이란 축구 대표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독일로 출발하기 전 이란 선수단은 대통령의 이름이 인쇄된 대표팀 유니폼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선사하면서 성원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조건부 참관 응원을 약속했다. 예선 D조에 속한 이란 대표팀이 16강에 오르면 독일로 날아가겠다고 했다는 것. 이란 축구협회(FFI)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독일행 축구 관람 가능성을 재차 확인했다. 3일 모하마드 다드칸 FFI 회장은 "대통령이 국사를 처리하고 시간이 나면 월드컵에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독일행 비행기를 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독일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선 이란이 예선전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D조에는 포르투갈.멕시코.앙골라 등 축구 강호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출신 이란 감독은 "이란이 멕시코.포르투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정치적 여건도 아마디네자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독일에서 기피인물이다. 그는 이란 핵 문제와 관련,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서방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물론 외교적인 특권에 따라 비자 없이 독일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반대 시위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정보기관들은 벌써부터 "아마디네자드가 독일에 올 경우 이란 반정부 세력의 테러 위협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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