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5도은 초대 행장 내정 안영모씨|"실향민들 자금 2천억으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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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7년 말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거론되기 시작한 이북 5도 은행이 2일 정부의 내인가를 받음으로써 실향민들의 큰 꿈이 하나 이루어지게 됐다.
특히 이북 5도 은행 (가칭 동화 은행)의 출범은 정부의 금융 기관 30개 신설 허용 방침 이후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점에서 금융계는 물론 각계 각층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한일은행장과 최근까지 한흥증권 사장을 지내다 동화은행 초대 행장으로 내정된 안영모씨 (사진·64·황해도 해주 출신)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우선 돈이 있어야 은행이 설텐데 자본금 규모는.
▲일단 2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출발시 자본 참여는 이북 5도 출신에 한해 한사람 당 투자 한도를 2천만원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실향민들 다수가 참여함으로써 은행 기반을 넓혀 나가는 것은 물론 우리들의 최대 염원인 통일에의 뜻도 보다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역시 중요한 건 인력 문제인데.
▲은행 신설에 필요한 인원을 우선 5백명 선으로 잡고 있다. 이중 절반 정도는 경력 사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신규 사원으로 모두 공채 할 생각이다. 채용 시기는 6월쯤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는 이미 확보해 놓은 40여명의 「소수정예」로 준비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은행 직원들도 이북과 어떤 관련이 있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다만 경력 사원 채용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는데 현직 은행원에 한한다는 점이다. 전직도 안되며 증권이나 보험 쪽 사람도 받지 않을 생각이다. 또 채용시의 직위나 봉급은 옮기기 전·은행 수준과 똑같이 할 방침이다.
그렇게 제한할 경우 인력 충원에 문제는 없는가.
▲기존 은행의 경우 인사적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신설 은행으로 오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 쪽으로 올 당시는 직위나 봉급이 오르지 않더라도 곧 이어질 점포확장에서는 그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임원진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출자자가 모두 이북 출신이라 일단 이북 5도민회 회장 5명이 비상근 이사를 맡고 은행경영은 은행 경험이 풍부한 8명의 임원진 (상근 이사)에게 맡겨진다.
이중 4∼5명은 역시 이북 출신에게 돌아갈 것으로 안다.
-본점은 어디다 두고 앞으로의 지점 신설 계획은.
▲사람보다도 건물 구하기가 예상외로 힘들다. 경기 호황을 반영한 탓인지 시내 중심가에는 비어있는 빌딩이 없어 현재 본점 자리로 서울 원남동 근처를 물색하고 있다.
지점 문제는 영업의 기본 터전이라는 인식 하에 단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열 생각이다. 개점시 지점은 4개로 잡고 있으나 연말까지는 10개, 그리고 내년 말까지는 5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영업은 언제 쫌 가능한가.
▲현재 구상은 6월쯤 인력 채용을 1단계 마치고 2∼3개월 연수 과정을 거쳐 빠르면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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