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토토 <2> 이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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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푼토스나이 영업장에서 고객들이 베팅한 종목의 경기를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다.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 그러나 월드컵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어도 이탈리아는 조용하기만 하다.

축구 명가 AC 밀란과 인터 밀란을 보유한 북부 최대의 도시 밀라노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을 알리는 간판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평가전(1-1)만 생중계했을 뿐 다른 나라 경기는 무관심해 보인다.

이탈리아의 관심은 온통 유벤투스 스캔들에 맞춰져 있다. 구단 고위층과 유명 심판들이 줄줄이 연루된 승부조작 의혹 사건이다. 유벤투스는 2년 연속 이탈리아리그를 제패한 명문 구단. 그러나 지난달 초 검찰이 전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전 구단주가 심판들에게 돈을 주고 유벤투스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매수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계가 검찰 수사에 숨죽이고 있지만 축구팬들의 베팅 열풍만은 뜨겁다. 스포츠베팅 업체인 푼토스나이와 베팅표를 파는 바(이탈리아는 바에서 간단한 주류나 음료, 담배, 버스표 등 잡화를 판매한다)는 월드컵을 맞아 찾아드는 고객들로 즐거운 비명이다. 푼토스나이 두오모 광장 지점 직원인 로베르토 존니(48)는 "평소 하루 100여 명이던 고객이 요즘은 2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탈리아에는 승무패를 맞히는 토토칼치오와 점수를 맞히는 토토골, 그리고 고정배당률 게임인 콰사 피사 등의 스포츠베팅 게임이 있다. 월드컵을 앞둔 요즘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월드컵 조별리그 각 경기의 승무패와, 전반 및 최종 스코어를 맞히는 것. G조의 경우 한국이 토고를 이기면 1.95배의 배당을 받지만 토고가 이기면 3.75배의 배당이 떨어진다. 무승부는 3.15배.

축구가 생활인 이탈리아인에게 토토칼치오는 팀과 선수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출발한다. 안나 아스카(20)는 "토토칼치오 게임의 발매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팀의 연고지 사람들은 그 회차에 대한 베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고지 팀에 보내는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밀라노=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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