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습하느라 남편 유세장 한번 못 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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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오세훈 후보와 함께 손을 든 아리따운 여성은 누굴까. 부인인 송현옥(세종대 영화예술학과.사진) 교수다. 선거 기간 얼굴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오시장과 1961년생 동갑내기인 송교수는 연극평론가이자 연출가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롤드 핀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아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가을엔 난해하기로 소문난 핀터 작품들을 묶어 '핀터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현재 세종대 출신 배우 등으로 구성된 극단 '혼' 대표를 맡고 있다.

송 교수는 유세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말이나 행동에서도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수업도 하나도 빼먹지 않았고, 연극 연습 시간도 꼭 지켰단다. 오 시장 역시 선거 기간 중 "새 작품을 준비하느라 늦도록 연습실에 있는 아내를 거의 찾아 가지 못했다"며 섭섭함보단 미안함을 표시하곤 했다.

당선 소감을 묻자 송 교수는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늘 해오던 연극, 변함없이 그리고 가난하게 계속하겠습니다"라며 차분하게 답했다.

송 교수가 이번에 올리는 작품은 6일부터 8월13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당 세실극장에서 개막하는 '100만원 연극 공동체 5W 페스티벌'의 개막작인 '폭풍의 언덕'이다. 지난해 출범한 '100만원 연극 공동체'는 연극 본연의 가난한 정신으로 돌아가 제작비 100만원 한도 내에서 연극을 만들어 연극의 순수성과 창의성을 복원하려는 단체다. 젊은 극단 10곳이 참여, 릴레이 공연을 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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