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로 최선 다한 1년-노 대통령이 말하는 「6공 3백6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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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취임 1주년에 즈음한 오찬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소감과 앞으로의 정국운용계획에 관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다음은1문1답.
-지난 1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 소감은.
『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면 워낙 종횡무진으로 주문을 해 그것을 다 듣다간 정신분열증에 걸릴 지경이다.
나는 많이 참고 기다리며 관용해 왔는데 여러분들은 시퍼런 칼을 휘두르는 과단성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대로 하다간 하루 한번씩 결단을 내리는 대통령이 필요하고 대통령 자리가 8, 9개는 되어야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대통령에게도 능력의 한계가 있고 내 나름의 스타일도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욕심이 짜증이 되기도 했지만 지난 1년 간 이룩한 것을 생각해 보라. 누가 뭐래도 나는 역사에 민주화한 대통령으로 남고싶고 나는 큰길과 마당을 열었다.
노사문제로 올림픽만 끝나면 경제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측과는 달리 너끈히 12%성장을 달성했다. 역사상 작년처럼 우리가 민족의 자존심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가. 유엔연설 때는 엄청난 보람을 느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여소야대의 어려움이었다. 작년한해 5공 비리 청산작업을 벌이면서 특히 그렇게 느꼈다. 6·29는 민주화하자는 것이었지 혁명하자는 것이 아니었다.2백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혁명에 대해서도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정치보복은 있을 수 없다. 나의 정치철학은 용서와 관용이며 그것이 바로 6·29의 정신이다.
6공이 표방하고 있는 큰 줄기는 권위주의 문화의 청산이다. 누굴 잡아넣고 안 넣는 것은 좁쌀이며 지역적인 문제다. 거기에 얽매이는 대통령이 안되겠다.
5공 비리문제를 그렇게 격화시킨 데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잡지를 보라.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예사로 죄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 없는 것 만들어 국민감정을 자극시켰다. 정치지도자들까지 아무 증거 없이 조사도 않고 특정인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인가. 정치지도자는 개인의 인권을 마음대로 짓밟아도 되는가. 이런 정치는 가슴아프고 유감스럽다.』
-민정당에 지시한 중간평가 준비를 좀더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그동안 언론이 나에게 바란 것을 종합하면 답이 절로 나오는 것 아니냐. 답답하다고 요구했으니 답변했다.
중간평가는 반드시 치른다. 국가이익을 의해 지역감정과 갈등이 안 생기는 방향이 좋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의 소망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국민·언론·정치인들이 협조해야 되는 것 아니냐. 야3당 반응을 보니 그들도 막상 한다고 하니 걱정하는 것 같더라. 임시국회가 끝나는 것을 지켜보고 야당의 소리를 들은 뒤 확실한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겠다.
-야당총재들을 만날 것인가.
『만나자면 언제든지 만나겠다.』
-중간평가의 시기가 임박한 것인가.
『국민들이 당장 하자면 내일이라도 할 각오다. 지금 국민들은 빨리 하라는 주문이 많지 않은가.』
-3야당이 중간평가를 하지 말자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글세, 참고야 되겠지만…나는 진실로 국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헤아리겠다.』
-3월말께 조기실시 할 경우에 대한 장단점을 보고 받았는가.
『국민이 원하는 시기에 할 것이며 신임이 되고 안되고, 과반수획득여부를 생각 않고 임하겠다.』
-야당총재와 근본적으로 재론해볼 용의는 없는가.
『나는 신중하지만 결정하면 일보도 후퇴 않는다. 야당이나 언론이 지금까지 얼마나 급히 서둘렀는가. 항상 비전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비전이 어디 있나. 대통령에게 바꾸라는 요구가 너무 많다.』
-신임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도해도 되는가.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국민들이 서명해 중간평가가 필요없다고 하지 않는 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헌법에 대통령의 임기를 건 신임투표 조항이 없지 않은가.
『그게 문제이기는 하다. 대통령도 헌법을 어길 수 없다. 취임선서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간평가에 야당과 함께 책임을 묻자는 견해에 대해서는.
『야당과 어떻게 함께 책임을 물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중간평가가 부결되면 국회를 해산해야한다는 얘기를 민정당에서 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니까 이런 저런 얘기할 수 있겠지….』
-중간평가 후 여소야대에 변형을 시도할 것인가.
『얘기할 단계가 아니며 분석도 안 해봤다.』
-박준규 민정당대표가 내각제문제를 자꾸 언급하던데 힌트를 준 것인가.
『정치인으로서 자기 소신을 얘기한 것일 것이다.』
-중간평가이후의 정국전망은.
『해방 후 건국 때부터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이 학교·기업·재야에 침투해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세력을 쫓아내고 정권을 뒤집자는 세력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이들을 수습해달라고 하나 여소야대 정국구도 하에서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민불안이 가중되고 경제가 후퇴하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오면 뭘 가지고 막나.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합심하지 않으면 나는 국정의 전체적 계기를 만들 결단을 내리겠다. 그것은 국민이 바라고 있는 바다.』
-경찰로써 폭력시위를 못 막는 사태가 오면 그 이상의 조치도 취할 것인가.
『경찰력이 무너지는데 가만있어서 되겠는가.』
-군대를 동원한다는 말인가.
『군대까지 동원하는 사태가 오지 않게끔 국민들이 경찰의 공권력행사를 도와주길 바란다. 우리 국민의 역량과 수준을 믿고있다.』
-전두환·최규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들은 어쨌든 역사상 인물이다.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다. 그들을 칼질하고 벌주는 것은 정치를 잘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을 용서·관용하는 방향에서 이바지하겠다.』
-광주문제의 해결을 위해 망월동 묘지를 참배할 용의는 없는가.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오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정치적으로 광주가 너무 이용당하고 있는 점이다.
본질은 명예회복과 사랑·관용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수의 광주사람들은 표현은 못하지만 마음으로 이제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읽고 있다. 과격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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