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중단되는 '위비툰'…웹툰 작가들 "우리은행 일방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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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1일 웹툰 플랫폼 '위비툰' 서비스를 7개월만에 중단하는 우리은행 [사진 우리은행]

내년 2월 1일 웹툰 플랫폼 '위비툰' 서비스를 7개월만에 중단하는 우리은행 [사진 우리은행]

우리은행과 웹툰 작가 사이에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웹툰 플랫폼 ‘위비툰’의 종료를 둘러싸고서다. 작가 측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작가들을 소모품 취급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은행 측은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종료"라는 입장이다.

위비툰은 지난 6월 우리은행이 출시한 웹툰 플랫폼이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고객들을 위한 무료 서비스로 출시했다. 출시 당시 우리은행 측은 “언제 어디서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 트렌드를 반영한 웹툰 서비스”라며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9일 우리은행 측은 “위비툰을 내년 2월 1일자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위비툰 작가 대표단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다.

우리은행 "웹툰 관련 사업 추진 계획 없다" 통보

지난 9일 우리은행이 중간위탁업체에 보낸 메일. 위비툰 서비스 중단 이후에 웹툰 관련 사업을 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지난 9일 우리은행이 중간위탁업체에 보낸 메일. 위비툰 서비스 중단 이후에 웹툰 관련 사업을 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당시 작가들이 반발하자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부서를 통해 연재를 이어나갈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지만 결국 지난 9일 메일을 통해 “예정대로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서비스 종료 이후 웹툰 관련 사업의 추진 계획이 없다”고 최종 통보해왔다. 우리은행 측은 위비툰 준비 기간을 포함해 원래 작가와 연계해준 중간 위탁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1년이었으며 기한 만료로 자연스럽게 계약이 종료됐다는 입장이다.

작가 측 이야기는 다르다. 위비툰에 연재 중인 작가들은 약 30명 정도다. 이들은 12일 성명을 내고 “우리은행 측은 애초 사업 기간이 1년이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며 “웹툰 플랫폼을 1년만 하고 중단할 생각으로 출범시키는 경우는 웹툰 역사상 전무후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갑을관계의 부조리함에 뒤엎는 적폐청산의 시대 한가운데에 있다”며 “문화발전과 성장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이 창작자를 짓밟고 유린하며 웹툰 성장을 저해시킨 전무후무한 선례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작가들 "1년만에 중단하는 플랫폼 어딨나" 반발

위비툰에 연재된 웹툰 '결혼은 싫어'(왼쪽)와 '칼의 땅' [사진 위비툰]

위비툰에 연재된 웹툰 '결혼은 싫어'(왼쪽)와 '칼의 땅' [사진 위비툰]

위비툰에 연재하고 있던 한 웹툰 작가 A는 “1년 후 종료할 계획이었으면 100회가 넘는 장편 웹툰작가를 섭외한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미 초반 이야기 전개가 공개된 웹툰 작품은 타 플랫폼에 가더라도 신선함이 사라져 폐기처분당하게 된다”며 “일방적 중단 통보로 영화화나 드라마화가 긍정적으로 얘기되고 있던 작품들의 논의가 중단돼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A에 따르면 영화화 및 드라마화 논의가 진행되던 작품은 ‘결혼은 싫어’(린우 작가), ‘칼의 땅’(성주삼) 등이다. A는 “처음 서비스 종료를 얘기한 10월 말 간담회에서도, 최종 종료를 통보한 메일에서도 미안함에 대한 표현이나 사과가 전혀 없었다”며 “아무런 힘도 없는 작가들은 허탈하고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세인 웹툰인사이트 대표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 없이 웹툰을 그저 호객을 위한 '미끼' 상품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힘없는 웹툰 작가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 "위탁업체와 작가들 사이에서 계약 관련 오해"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작가들 성명서에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많다”며 “위비툰은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 고객들을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해본 서비스였으며 처음부터 플랫폼 준비 기간을 포함해 1년간이라고 중간 위탁업체와 명확하게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중간 위탁업체와 작가들 사이에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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