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뿌리 찾아 120㎞ 뗏목 항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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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번엔 탐라국과 교류했던 벽랑국을 찾아 떠납니다."

뱃길 탐험가이자 제주 출신 시인인 채바다(62) 고대항해탐험연구소장이 탐라국(제주도에 있던 왕국)에 문화를 전파한 '벽랑국'의 유래를 찾는 뱃길 탐사에 나선다.

5일 제주의 전통 뗏목인 '떼배'를 타고 제주시 화북포구를 출발, 3박4일 간 전남 완도를 거쳐 강진을 잇는 바닷길 120여㎞를 항해하는 것이다. 채 소장을 포함해 다섯 명의 대원들은 바람과 해류, 돛과 노의 힘만 빌어 힘든 뱃길을 헤쳐갈 예정이다. 채 소장이 이 뱃길을 찾아나선 이유는 고려 말 사라진 탐라국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고려사지' 등 문헌에 따르면 '고(高).양(梁).부(夫) 삼신인(三神人)이 땅에서 솟아나 제주 동부의 해안으로 들어온 벽랑국(碧浪國) 세 공주와 만나 혼인, 탐라국을 세웠다'고 되어있다. 이 벽랑국의 실체를 놓고 학계에선 아라비아.일본.한반도 등 여러 설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제 생각엔 한반도 남부지방의 한 곳으로 보입니다. 이번 항해는 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번 항해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전남 해안 지방의 '벽랑도'가 바로 벽랑국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됐다. 올 3월 현장을 답사한 끝에 그는 전남 완도군 주변의 소랑도가 바로 문헌 속 벽랑도일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한다. 채 소장은 벽랑국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탐라국과 신라.백제의 주요 교역 통로였던 강진군에 들러 제주마생산자협회가 보내는 제주 조랑말 두 마리도 전달할 계획이다.

채 소장은 1996년 전통 배를 이용해 제주와 일본 사이의 바닷길을 탐사했다. 2001년엔 백제의 왕인박사가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전남 영암에서 일본 후쿠오카의 가라츠(唐津)항에 이르는 뱃길을 항해했다. 고대 문화의 교류가 이뤄진 해상교통로를 답사하는 일에 매달려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뱃길 탐험을 4권의 시집으로 엮어냈고, 지난해 10월엔 남제주군 성산읍 포구에 그 동안의 수집품을 모은 바다박물관을 열기도 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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