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보다 핫한 국회 세종시 분원...행정청원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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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가 잇따르며 행정 분야 청원 1위에 올랐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 주세요!’(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03009) 청원은 8일 오후 6시15분 현재 8667명에 달했다. 이는 국민청원 행정 분야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것이다. 행정 분야 2위는 '사립유치원 국고보조금 횡령은 당연히 회수해야 합니다'로 (4198명) 수준이다. 국회 분원 청원이 사립유치원 청원의 두 배를 웃돈 것이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 동의하려면 본인의 네이버나 페이스북·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각각 동의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동의를 누를 수 있다.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 주세요!’ 게시글은 “중앙부처 공무원들 대부분은 세종시에 있지만, 국회가 여전히 서울에 있어, 엄청난 행정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에서 지적한 대로 세종시 공무원의 잦은 출장과 업무 효율성 저하는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2015년에 발표한 ‘세종시 이전에 대한 공무원 인식조사’에 따르면 49.1%가 출장 증가를 체감한다고 답했고, 업무 출장이 증가한 ‘타 지역 기관’으로는 ‘국회’가 1위로 꼽혔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이 비용-효율 면에서 크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행정 비효율 극복을 위해 국회 분원 설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왔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모두 국회 분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회 내에서도 분원 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8~9월 두 달간 중앙일보에서 한국 언론 최초로 실시한 국회 분원과 관련한 국회의원 전수 조사에서는 재적의원 299명 중 162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62%인 100명의 의원이 분원 설치에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61명·중복응답)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공무원 업무 효율성 강화'(51명)가 뒤따랐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회 이전·분원 설치 관련 청원은 현재까지 70여개에 달한다. 청원 글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완성하고 전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지역 균형 발전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합니다”, “서울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 현상의 해소를 위하여 청와대를 포함 국회와 법원, 정부 모든 기관을 조속히 세종시로 이전해야 합니다”, “동의합니다. 내년 예산에 포함해야 내년에 겨우 설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산에 꼭 넣어주세요” 등의 의견이 달렸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국회 출장을 위해 쓰는 연간 약 67억원의 세금 낭비와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회 분원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 예산 집행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춘희 시장은 "배정받은 국회 분원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비가 조속히 집행되고 계류 중인 법안이 처리돼 분원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보다 많은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계에서 터져 나오는 국회 분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우아정·김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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