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차별 시위진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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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무조건 패버려』
19일 오후5시 성균관대 금잔디 광장에서「노동운동 탄압 분쇄 및 노동악법·반민주 악법철폐를 위한 전국노동자 궐기대회」를 마친 3천여 노동자들이 귀가하는 길목 곳곳에 늘어선 경찰들에게는 끊임없이「무차별 진압」을 지시하는 명령이 하달되고 있었다.
강경 진압 명령에 고무(?)된 듯한 전경과 사복 진압 부대는 모처럼 휴일 외출 나온 시민들에게까지 폭언을 서슴치 않았으며 대보름 준비를 위해 쇼핑 나온 최명순씨(55·서울 신당동) 등을 마구 구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아이고, 저러다 사람 죽이겠네』『아니, 도둑 잡으라고 꼬박 꼬박 세금 냈더니 멀쩡한 시민을 저렇게 때리다니…』
조금 전까지도 대회를 마친 근로자들의 행렬을 바라보며「여의도 농민대회」를 떠올리고 근심스런 눈길을 보내던 행인들까지도 60cm가량의 쇠파이프를 준비해 초 강경 진압 작전을 펼치는 경찰의 모습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뭐 기자× 들, 네놈들도 혼 좀 나야돼』
오후 7시 쫌 명동 미도파 백화점 앞에서 경찰의 폭력진압 과정을 취재하며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던 취재기자들은 경찰의 진압용 방패와 주먹, 발길질 세례에 취재를 포기하고 쫓겨다니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질서유지와 안녕 보장은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진압과정에서 거리낌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5공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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