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에"국악의 멋"일깨원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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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양음악이 국민학교 음악 교과서의 96%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언어와 풍속이 담긴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지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이 제시됐다. 국악 중심의 국민학교 음악교육에 이어 중학교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음악을 한국 전통 음악과 비교해 가르치고, 고등학교에서는 서양 음악을 위주로 동양음악과 비교하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한국국악 교육학회의 주장.
최근 유아와 초·중등학교용 국악 및 동양 음악 교재를 개발한 이 학회 이성천 회장(서울대 교수)은『지금까지 초·중·고등학교에서 음악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즐겁고 화목한 가정생활과 사회 생활을 누리거나 국민정서를 순화시키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친지의 생일에『해피 버스데이 투 유』라는 서양식 노래를 부르거나 부모의 환갑 때 국악인들을 동원해서 권주가를 듣는 어색함 등은 서양음악과 국악이 모두 현재 우리들의 생활과 동떨어져 있음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는게 쑥스러워 결국 대중가요나 팝송을 부르기 십상인 현실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만한「우리 노래」를 통해 한가족, 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새로운 음악 교육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음악 교육 과정에 맞는 적절한 음악교육 교재를 만드는 것이 선결문제. 한국적인 음악교육을 한다고 해서 가야금·단소 등의 전통 악기를 그대로 연주할게 아니라 국민학생도 쉽게 연주할 수 있는 단소라든가 국민학생의 몸에 맞는 작은 가야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존의 곡들을 편곡해서 쉬운 가창 및 기악교재를 만들되 이때 정간보를 사용해 우리 고유의 악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긍지를 갖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전파·낭만파 음악 및 선진국 민요에 편중된 음악교과서도 심각한 문제·현행 음악교과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하는데 우선 너무 추상적으로 되어있는 현재의 음악교육 목표부터 바람직한 국악 및 동양 음악의 체험을 통해 포괄적인 음악성을 계발하고 풍부한 정서와 창의성을 길러 국악 및 동양음악을 생활화 할 수 있는 인간을 기른다는 식으로 좀더 구체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국악 교육학회는 이처럼 명확히 재정입국교육 목표를 바탕으로 국악 및 동양음악의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구체적 교육방법들을 각급 학교·학년별로 제시했다.
한편 국악은 느리고 반복이 많으며 시작도 끝도 모르겠다거나 국악기는 아무리 불어도 소리가 나질 않는 등 연주하기가 너무 어렵다고만 여기는 학생들에게 국악의 맛과 멋을 일깨워줄 수 있는 유능한 음악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
따라서 교육대학과 교원대학은 국민학교에서 균형있는 음악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고 순위고사에서 국악·양악을 구분하여 교사를 선발함으로써 중·고교에서도 국악을 체대로 지도할 수 있는 음악교사를 확보하는 한편 현직 음악교사에 대한 국악연수도 좀더 효율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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