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 주민만 사람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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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 오전11시 서울시교위에는 8학군지역 내에 살면서도 거주기간이 모자라 타학군 고교에 자녀들이 배정된 학부모 2백여명이 몰려와 오후4시까지 항의농성을 벌였다. 『우리 아이는 거주기간 7일이 모자라 강북으로 배정됐으니 억울하다.』
『우리집은 대치동인데 눈앞의 양재천 건너편 개포동학생들만 8학군에 배정해주는 이유가 무엇이냐.』
학부모들은 시교위 공무원들을 붙잡고 제각기 다른 사연을 호소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시교위측이 현관문을 잠그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오후1시20분쯤 밧줄을 구해와 문을 담겨 문고리를 부수기도 했다.
극성 학부모들은 항의를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학부모를 붙잡고 『우리 애들이 8학군에 재 배정된 뒤 딴소리하지 말라』며 은근히 겁(?)주며 발목을 잡기도 했다.
『여기 온 사람들만 슬쩍 재 배정해 줄수 없느냐』는 낯간지러운 요구도 나왔다.
『한 사람이 법을 어기면 범죄에 해당되지만 많은 사람이 어기면 죄가 되지 않는다』며 집단행동을 역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8학군 학부모들의 시위가 한창인 그 시간 기자실에는 『8학군 주민만 사람이냐. 왜 그쪽만 난리를 피우느냐.』『정작 억울하기는 8학군 학생들에게 밀려 타학군에 배정된 9학군 사람들』이라는 항의전화가 잇따랐다.
시교위 마당과 주변도로에 줄지어 늘어선, 8학군 학부모들이 타고 온 고급승용차 등을 가리키며 『제자식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사회지도층이라고 해야할 학부모들까지 이런 식의 집단행동을 해서 되겠느냐』는 한 시교위 직원의 말이 여운으로 맴돌았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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