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사이클 이홍복씨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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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제는 흘러간 스타로만 기억되고 있는 원로사이클인 이홍복씨(54). 허름한 점퍼차림에 백발이 성성한 촌부의 형색이지만 그는 「인천사이클의 대부」로 통하고 있다. 60년대만 해도 불모지에 불과했던 인천사이클을 일궈내고 씨를 뿌려 한국사이클의 산실로 뿌리를 내리게 한 숨은 일꾼이기 때문.
이젠 전설 속에 사라지는 사이클영웅 엄복동의 후예임을 강조하곤 하는 이씨는 대물림한 아들 성원(21·인천전문대 2년)에 대한 따뜻한 부정을 간직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 스스로 열심인걸 보면 무척 대견스러워요. 제 뒤를 이어 페달을 밟는다는 것 또한 자랑스러워요.』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재능 있는 후배로서 호된 질책과 독려를 잊지 않고 있는 이씨는 요즘 동계훈련중인 아들 지도에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새벽6시기상과 함께 손수 사이클에 올라타고 송도해변을 달리는가 하면 오후엔 인천 벨로드롬을 찾아 나서는 등 남다른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
이씨는 한국도로사이클의 신기원을 이룬 일등공신. 23세 때인 지난58년 동경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개인도로 및 단체도로에서 차례로 우승, 2관왕에 올랐다. 이씨의 쾌거는 당시 최강이던 일본의 콧대를 여지없이 허물어뜨렸을 뿐 아니라 이후 한국사이클이 아시아 정상에 군림하게 된 기폭제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67년에 은퇴한 이씨는 현재 인천시 사회체육분과 사이클부 고문으로 재직중이며 원로사이클인 임상조 김호순 노도천씨 등과 한국사이클의 성가를 떨친 철각의 4인 방으로 결속, 요즈음에도 자주 만나 교분을 나누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씨의 사무실(삼천리자전거 인천대리점)은「사이클 복덕방」이 되고있다.
성원은 이씨의 2남1녀중 막내. 제물보고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하다 83년 대학진학과 함께 사이클선수로 전향, 대표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예비스타. 1m 71 cm·65Kg의 다부진 체격으로 순발력이 뛰어나 도로보다는 트랙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학생선수권대회에서는 남대4천m 단체추발에서 3위에 머물렀으나 올 시즌에는 트랙경기의 제1인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지도로 강훈을 펼치고 있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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