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서 美 구했던 볼커 "모든게 엉망진창...금융위기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 볼커(91) 미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구해낸 인물로 통한다. 월가 은행들의 자기자본을 통한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룰’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결과였다. 그랬던 그가 “금융위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에 직격탄 #특히 정치권에 불만 "오물 투성이" #"금융위기 곧 온다" 30일 회고록 발간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중앙포토]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중앙포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다. 볼커룰이 상당 부분 완화된데 대해 심기가 불편했다. 볼커 전 의장은 “미국은 모든 방향에서 완전 엉망진창(hell of a mess)”이라고도 토로했다.

지미 카터ㆍ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79~1987년 Fed를 이끈 볼커 전 의장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통해 볼커룰을 건의하고 시장에 과감하게 적용했다.

이같은 볼커룰이 월가의 ‘입김’에 의해 중요 규제 조항이 느슨하게 풀어진채 조만간 시장에 적용되는 수순을 밟고있다면서 다음 금융위기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모든 이들은 통화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두 배워야 할 레슨은 더 강하고 더 좋은 관리 감독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은행권의 건전성에 대해 “예전보다 더 강한 위치에 와 있지만, 은행들이 어느 정도 조작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라며 “나는 이미 다음번 금융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금융 부문의 건전도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전했다.

금융 부분만 탓한게 아니다. 미국 시스템의 모든 것을 문제 삼았다. 볼커 전 의장은 “정부에 대한 존경, 대법원에 대한 존경, 대통령에 대한 존경, 심지어 Fed에 대한 존경까지 모든 게 사라졌다”고 한숨 지었다.

Fed의 통화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초미의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최소한 군대는 존경을 받고 있다”면서 “아무도 이 나라의 리더십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운영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볼커 전 의장은 “가장 중심적인 이슈는 금권정치로 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엄청나게 많은 부유한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똑똑하고 건설적이어서 부자가 됐다고 확신하고, 정부와 세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워싱턴은 관료들로 가득 찬 도시로, 싱크탱크와 로비스트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면서 금권정치가 주도하는 오물(swamp)이라고 지적했다. ‘오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득권 진영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한 단어이다.

오는 30일 회고록을 출간하는 볼커 전 의장은 “책을 쓰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이 나라의 통치체제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