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 각료 접촉한 「다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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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지 시간 27일 오후 핀란드 수상 주최 만찬회에서의 남북한 대표 접촉은 북측 채희정 부장이 먼저 조순 부총리를 알아보고 접근, 인사를 하면서 악수를 청해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채 부장은 『남쪽에서는 이 회의에 여러번 참석한 것으로 나는데 어떤 도움이 있었느냐』면서 『여기에 와보니까 대통령·수상·부수상,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제 분야 지도자, 국제 기구의 요인들, 기업가, 학자들이 다수 참석하여 그들과 이야기하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지 낳겠는가』고 대답
두 대표는 서로 상대편 대표단 규모 등 회의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가 조 부총리가 『모처럼 이렇게 만났으니 식사나 함께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 채 부장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해서 28일의 만찬 약속이 성사
조 부총리는 그러나 리셉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측과 별도의 모임을 갖는다 하더라도 특별한 요담을 할 사항은 준비한 바 없다』며 단순히 상호 이해를 촉진하기 위한 대화가 주목적이라고 강조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는 김정우 대외 경제 사업부 부부 장과 김택수 국제 합영 총회사 총부사장, 스스로를 지도원이라고 밝힌 여성 대표가 직접 참석, 외국 투자가들 틈에 섞여 한국 경제 현황 설명을 경청. 이들은 주요 내용을 일일이 메모하는가 하면 설명회가 끝난 뒤 『서구 기업가들이 남조선 투자에 관심이 많구먼요』하고 논평을 하기도.
조순 부총리·이상옥 주 제네바 한국 대표부 대사 등 한국 대표들은 다보스 회의에 각 신문 유럽 주재 특파원 등 전례 없이 많은 13명의 한국 보도진이 몰려오자 『회의 성격이 전과 변함이 없는데 왜들 그렇게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없다』며 『북한이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해서 남북한간에 곧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또 언론이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의욕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
이 대사는 특히 『과거의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북한 대표단의 국제 회의 참석 태도가 종전과 달라진 것만은 인정되나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기본 정책까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평가.
조순 부총리는 2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토론회에 참석, 한국 경제 설명회 주관, 각국 경제인들과의 심포지엄, 리셉션 등으로 이어진 행사 스케줄 탓인지 약간 피곤한 기색. <다보스=홍성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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