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武林'을 평정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한국의 조훈현9단과 중국 창하오(常昊)9단의 '무림 대국'이 수많은 관중과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20일 오후 3시 중국 후난성 봉황현의 남방장성에서 열렸다.

15억원을 들인 사상 최대 규모의 3백평짜리 바둑판 위에서 3백61명의 소림파 무동(武童)이 바둑돌 역할을 한 이 대국은 조9단과 창하오9단이 봉황고성(鳳凰古城) 누각 위에서 착점을 하면 무동들이 팔괘장.취권 등 온갖 무술을 시연하며 착점한 곳으로 달려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50분 타임아웃제를 채택한 이 대국은 처음부터 격렬한 전투로 이어졌다. 50분을 넘기면 바로 패배하기 때문에 매우 빠른 속도로 두어진 끝에 결국 전투력에서 앞선 조9단이 백을 들고 10집반의 대승을 거뒀다.

'바둑이 대지를 거니니(棋行大地) 하늘이 봉황을 내렸도다(天下鳳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후난성 TV가 주최한 이번 이벤트는 묘족 자치구인 봉황고성 일대의 관광명소를 세계에 알리려는 뜻에서 계획됐다.

실제 바둑판 크기의 5천여배짜리 바둑판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명나라 때 묘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남방장성 중에서 봉황현 일대의 봉황고성이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승리한 조9단은 전통의상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묘족 여성의 인도로 성 위에 손도장을 남겼는데, 이 손도장은 영구히 보존될 것이라고 한다. 승자에게는 2만달러, 패자에게는 1만달러가 상금으로 주어졌다.

국후 조9단은 "내 바둑 인생에서 잉창치(應昌期)배 우승이 가장 감격스러웠는데 이번 대국도 그에 못지않게 흥분이 되는 경험이었다. 나를 위해 수고한 백돌 무동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사진설명>

3백평 야외 바둑판 위에 흑백 무동(武童)들이 늘어서 있다. '무림 대국'은 조훈현9단(위쪽 사진의 (左))과 창하오9단이 누각 위에서 착점을 하면 바둑돌 역할을 하는 무동들이 착점한 곳으로 달려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