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지방간-비만형에 술 많이 마시면 걸리기 쉬워|이효석<서울대의대 교수·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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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방간이란 간세포의 파괴나 염증세포들의 모임 등이 동반되지 않고 간세포 내에 기름(지방)이 축적되어 간이 붓고 그 결과 간 기능의 장애가 초래되는 비교적 흔한 간질환이다. 얼마 전에 매우 건강 해 보이는 회사원 B씨(30)가 정기 신체검사에서 간 기능 검사(SGPT)의 이상이 발견되어 간염이 의심된다는 통고를 받고 확실한 진단을 위해 병원에 찾아왔다. B씨는 지난 5년동안 정기 신체검사에서 간에 이상이 발견된 적은 없었고 3년전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접종 받아 면역이 생겼음이 확인되었다. B씨의 키는 173m였고 몸무게는 82kg으로 비만한 편이었으며 최근 6개월 사이 체중이 5kg이나 늘었다. 또 그는 최근 한달 동안 사업상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조직검사 결과 B씨는 지방간으로 확진 되었다.
지방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전세계 공통으로 중요한 것은 이 환자에서와 같이 과음과 과체중이다. 최근 경제발전과 더불어 생활환경이 경쟁 사회화함에 따라 술의 소비가 늘고 또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는 경향이 많아 뚱뚱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방간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음을 진찰실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의 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실정이다.
이런 지방간은 특이증상이 없이 간만 크게 부어 있는 경우로부터 황달이 동반되는 심한 경우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증상이 없다. 간이 커져있는 것은 대개 의사의 진찰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환자들에게서는 간이 위치한 오른쪽 상복부에 불쾌감이나 뜨끔거림· 포만감등읕 느끼곤 한다.
과음에 의한 지방간은 지속적으로 과음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 보통 1∼2주 금주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간질환이다. 그러나 계속 과음하는 경우 이와 같은 지방간 외에도 앝콜성 간염 및 간경변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잘 구별해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한편 체중과다로 인해 발생된 지방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체중 과다의 정도와 지방간의 정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뚱뚱하다고 모두 지방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과채중인 사람은 지방간에 의해 간 기능 이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많다. 더구나 과체중인 사람이 과음할 경우 지방간이 발생할 위험도는 그만큼 높아진다.
비교적 가벼운 질환인 지방간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좀더 심각한 질환인 비A 비B형 만성간염과 구별이 어려울 때가 많아서 정확한 구별을 위해 간 조직 검사까지 필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질환의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지방간의 치료원칙은 저 칼로리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인 반면 비A 비B형 만성간염의 경우에는 균형 잡힌 영양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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