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로프 의회진출 격전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로 구성될 소련의회인 인민대의원회의 모스크바 한 선거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체제인사「사하로프」박사와 현 정치국원인「보로트니코프」가 맞붙어 관심을 끌고 있다.
소련이 복수후보를 허용함에 따라 벌어지게 된 이 대결은 모스크바지구의 옥차브르 지역구에 거물급인사들이 후보신청을 하고 있어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 지역엔「사하로프」박사가 후보로 선정되기 전에 이미 현직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간부회의 의장이자 중앙위 정치국원인「비탈리·보로트니코프」, 전 모스크바시당 제1서기로서 급진적 개혁을 주장하다가 물러난「보리스·옐친」등 이 후보추천을 받아 놓고 있다.
「사하로프」가 후보로 선정된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모스크바 시내 영화노동자 홀 안팎엔 약 6천여 명의 군중이 모여 오는3월26일 실시될 소련인민대의원회의 대의원선거에 나설 모스크바시 옥차브르 지역구 후보로「안드레이·사하로프」박사를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선출했다.
이날「사하로프」박사의 후보지명은 보수적인 소련과학아카데미가「사하로프」박사의 대의원후보지명을 거부한지 이틀만에 나온 것으로 일선 과학자들이 과학아카데미의 권위에 직접 반발한 것이다.
소련인민대의원회의란 지난해 6월 개최된 제19차 소련공산당협의회에서「고르바초프」서기장이 제창, 채택된 것으로 지금까지 이름뿐이던 소련최고회의를 해체, 권력의 최고기관으로서 인민대의원회의를 구성하도록 했다.
인민대의원회의는 2천2백50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되며, 이중 1천5백 명은 각 지역·민족단위로, 그리고 나머지 7백50명은 공산당을 비롯한 노조·지식인·예술인등 각종 사회단체에서 일종의 직능대표로 선출한다.
25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과학아카데미는 후보선출과정에서 당연히 선출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하로프」를 제외시킴으로써 파란을 일으켰다.「사하로프」는 지난 86년 말 6년에 걸친 시베리아 고리키시 유배에서 풀려났다.
「사하로프」는 그동안「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을 대체로 지지해 왔으나 인권 및 정치범문제·민족문제·군비삭감문제 등에선「고르바초프」의 개혁이「너무 미온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지난번 발트해연안국가 민족 독립요구와 아르메니아 인종분규 사태를 계기로 각 구성공화국·민족에 실질적인 자치권부여를 요구했으며 군비의 50%감축 등 과감한 개혁실시를 주장했다.
과학아카데미의「사하로프」지명거부는 그를 지지하는 과학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왔다. 이들은「사하로프」가 주장하는 정견보다도「그동안 그가 한 지식인으로서 일관되게 보여준 확고한 의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를 직능대표 아닌 지역대표로서 대의원회의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지금까지 당국은「사하로프」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마음껏 매질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사하로프」가 누리고 있는 대중적 지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정우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