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BBC, "유인전범"영화 방영|일본과 전쟁책임논쟁 재연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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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AFP=연합】영국의 BBC방송은 24일「히로히토」전 일본국왕에게는 전쟁의 책임이 없다는 최근 일본측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그가 적극적으로 전쟁을 계획하고 모든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기록영화를 방영,「히로히토」의 전쟁책임을 둘러싸고 양국 간에 또 다시 논쟁을 일으킬 소지를 제공했다.
BBC방송은 이날 『히로히토 신화의 이면』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쟁당시 일본군총사령관이었던「스기야마」장군과 왕궁보좌관이었던「기토」후작의 미발표일기 2권을 토대로「히로히토」가 군부팽창주의 계획의 볼모에 불과했었다는 최근 일본측의 주장과는 반대로 그는 지난 1931년 만주합병에서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 이후 미국에 항복하기까지 적극적으로 군대의 사기를 돋우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인「에드워드·베어」기자는「스기야마」장군과「기토」후작의 하루 하루의 메모내용으로 미루어「히로히토」가 사태진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일본측 주장과는 달리 그는 군대의 최고 사령관으로서 육군의 진격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자세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히로히토」는 지난42년 자바와 싱가포르 함락소식을 듣고「이루 말 할 수 없는 기쁨」을 나타냈다고「기토」후작은 적고 있다.
또「스기야마」장군의 일기에 따르면「히로히토」와 장군들은 1941년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개입 계기가 된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주둔 미국함대 폭격이 있기 전 오랜 회합을 가진 것으로 돼 있다.
「베어」기자는 영국군 및 미군포로들이 고문과 처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이 패전하자 왕궁의 시종들은 미군총사령관「맥아더」장군이 동경에 도착하기 전에「히로히토」가 전쟁범죄에 대해 직접 알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들을 폐기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고 전범으로 처형된 당시 수상이 처형직전『폐하의 신하들 중 그 누구도 감히 그의 뜻을 거역하지 못했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영국주재일본외교관들은『적대관계가 끝나면서 책임은 규명됐으며 이로써 모든 일은 마무리됐다』고 주장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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