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생 방학중 해외여행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큰딸이 S사립 국민학교 1학년인 이성연씨 (34·서울대치동)는 요즘 스트레스가 하나 더 늘었다. 딸아이가 『××는 미국에 온 가족이 간다더라』 『△△는 유럽엘 다녀왔다더라』면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졸라대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방학동안 외국에 다녀온 아이들이 딸 반에만 10명도 넘더라는 이씨는 『아직은 너무 어려 제대로 구경하기 어렵다고 달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유층 자녀에게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해외여행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어린이 해외여행은 크게 나누어 여섯 가지.
부모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 이를 연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에 들르면서 온 가족이 함께 가는 경우, 부모가 회의 참석차 떠날 때 외국에 사는 친지로부터 자녀 초청장을 받아 함께 가는 경우는 종래부터 계속해온 방식.
여기에 83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에 힘입어 학교 자체 프로그램, 여행사 프로그램, 사회단체 프로그램, 사설기관이 실시하는 경연대회 부상 등으로 해외를 찾는 기회가 더해지고 있다.
작년여름 안양국교는 일본의 자매결연 학교를 찾아 학생· 교사 등 약 30명이 1주일간 일본을 다녀왔으며 경희국교 아이스하키팀 20여 명은 세화여힝사의 도움을 얻어 미국의 한 교포학교 아이스하키 팀을 방문하러 약 20일간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주여행사는 국교생∼중2를 대상으로 한 비둘기 기자단을 조직, 5∼6년 전부터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이용, 미국· 유럽· 대만 등지에서 어학실습· 현장취재등을 내용으로 한 프로그램을 실시 해 오고 있으며 세일여행사도 작년여름 국교 생을 대상으로 하여 4박5일 여정으로 대만· 홍콩을 다녀오는 단체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 YWCA는 국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일본 속의 한국 역사 교실을 개설, 작년 7월부터 ▲한일 관계사 ▲백제 문화사 등을 공부하고 공주· 부여에서 캠프를 가진 후 지난 14∼20일 일본 교토· 나라· 오사카 등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국교생 대상 경연대회에서 부상으로 주어지는 해외여행도 간혹 있는데, 최근 재능교육이 뽑은 산수 왕으로 국교 어린이· 교사 10명이 나라· 교토· 오사카 등지를 5박6일 여정으로 둘러보기도 했다.
한주여행사 해외여행부 조현상 차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은 현지 한국공관의 확인을 받은 초청장, 해당 학교장 추천, 해당 교육구청 추천및 시·도 교육위 추천 등이 있어야만 해외에 나갈 수 있었으나 금년부터 완전 자율화됨에 따라 해외여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사물을 훨씬 진지하게 보기 때문에 선진 외국의 과학관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박물관 등을 견학, 풍부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남아의 경우 5박6일 여정에 50만∼1백만 원이 들고 미국· 유럽의 경우 2주정도에 약 2백만 원의 경비가 소요돼 해외여행을 다녀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간에 위화감 조성 우려가 높다.
또 국교 생에게 알맞은 내용의 프로그램 개발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외여행 자율화로 우후죽순 격으로 여행사가 난립, 고객유치에만 급급해 모 국교 어린이 . 교사 단체여행의 경우 성인관광 프로그램인 라스베이가스까지 들어가 인솔 교사들이 질겁했다는 후문까지 있을 정도다.
여행관계자들은 『우리 나라부터 둘러보고 단계를 밟아 외국을 여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어린이들의 무턱 댄 해외여행 경계를 요망했다.<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