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 이사회 기능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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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이사회가 재벌 총수들을 의식해 대기업의 경영 감시를 제대로 못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 총수들은 실제 지분보다 5.7배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총수의 과도한 지배를 막으려면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KDI는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KDI에 용역 의뢰한 것이다.

보고서는 상장사들의 내부통제 기능은 1백점 만점에 38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2001년 17점, 2002년 20점보다는 높지만 아직은 낙제 수준이라는 게 KDI의 평가다.

보고서는 "지배주주(총수)와의 거래에 대한 안건의 경우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37%에 불과했다"며 "지배주주의 존재가 이사회 내부의 감시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KDI 보고서는 지난 18일 재정경제부의 의뢰로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가 제출한 보고서와 상반되는 내용이 담겨 재벌 규제를 둘러싼 공정위와 재경부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재경부 용역보고서는 "출자총액제도가 기업의 건전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출자총액제의 예외조항을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없애되 현재 순자산의 25%로 규정된 출자한도를 최고 5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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