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커리쿨럼」적응시킨다|예비학교 프로그램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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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6일 오후 3시 흥사단강당. 고입학력고사를 마친 또래들이 조별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토론 주제는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우리들 머리 속에 외국물, 특히 미국물이 많이 들어 있어요. 가요?팝송?헤비메틀…이런 것들을 모두 배척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군사력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힘을 의지하게끔 길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미국보다 월등한 군사력?경제력을 길러야 합니다.』
『저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사람들이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입시위주 교육은 철폐돼야 해요.』
『대학 학력이 유일한 척도가 돼서는 안됩니다. 사회가 재개편돼야 해요. 물론 힘들겠지만….』
조별토론에 이어 「희락회」. 탈춤을 변형시킨 도깨비춤으로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인 이들은 다시금 자화상 등을 그려 넣어 자기 신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개학 전까지의 여유시간을 이용, 신입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주고 새로운 학교체제에 적응토록하는 사회단체들의 각급예비학교 프로그램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예비학교 프로그램이 첫선을 보인 것은 10여년 전. 서울YWCA가 국교6학년을 대상으로 예비중학교를 실시하면서부터?예비학교프로그램이 특히 활기를 띠게된 것은 4~5년 전부터. 예비국민학교?예비중학?예비고교?예비대학 등 프로그램도 각급학교를 망라하게 됐고 이를 실시하는 사회단체수도 많아졌다.
현재 예비학교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YWCA?서울YMCA?흥사단?또 하나의 문화 등.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흥사단 서울지부의 예비고등학생교실을 시발로 서울YMCA의 YMCA예비대학(23일~2월9일), 예비고등학생 문화교실(2월1~15일), 예비국민학생교실(2월20~22일), 또 하나의 문화주최 예비대학생토론캠프(2월2~4일?수원아카데미하우스), 서울YWCA의. YWCA예비대학(2월8~16일) 등이 잇달아 열리게 된다.
이들 예비학교프로그램은 소그룹 토론을 중심으로 바른 가치관에 대한 일련의 강의?여흥시간 등으로 짜여져 있는데 각급학교의 특성을 살려 신체검사를 실시하기도하고(예비국교) 전시회 및 공연장을 직접 찾아보기도하며(예비고등학생 문화교실) 1박2일의 연구여행을 떠나기도 한다.(YWCA 예비대학)
프로그램 참가비는 5천~3만5천원으로 정원은 40~2백명선.
흥사단서울지부 권오원간사는 『입시 후 입학까지 모처럼의 여유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 기간 중 체계적 훈련을 통해 바른 가치관?목적 등을 정립해가도록 하자는 게 예비학교의 기본취지』라고 설명하고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적 토론방법을 익히고 공동체라는 개염을 익혀 자신과 사회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 짝과 함께 예비고교를 찾았다는 강선영양(15?서울시흥동)은 『학교에서 못 배운 사회의 여러 면에 대해 알게돼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 평가.
나성수군(16?서울정릉1동)은 『평소 이성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여학생을 이성이 아닌 한사람의 동료로 인식할 수 있게됐다』며 흐뭇해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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