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연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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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설날」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정부는 그동안 「민속의 날」이라 하여 다소 격하시켜 불렀던 구정을「설날」로 고쳐 부르는 한편 하루만 「설을 쇠게」하던 것을 이틀 연휴로 놀게 했다.
새해 첫날을 「설」이라 이르고 한문으로 「신일」또는 「달도」(달도)라고 쓴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21대 ????왕이 거둥을 나섰다가 새와 쥐와 돼지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일이 있다.
그래서 매년 정월첫번 해일·자일·오일에는 만사를 조심하고 특히15일을 조기일이라 하여 나반(나반·찹쌀밥)으로 제를 지내주고 이것을 「달도」라 한 기록이 있다.
육당 최남선은 「설」의 어원을「섧다」「슬프다」는 뜻과 함께 몸을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의 『역사일감』에 따르면 「설」은 요즘말로 몸을 「사리다」「살금 살금 걷는다」는 말에서 나온「살」=근신·정숙의 뜻과 같은 「살이」가 변하여 「설」이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월초순을 통틀어「설」이라 하고 특히 초하룻날을「설날」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 기원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의 고유한 명절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설날」이 뒤늦게나마 이처럼 격상, 복권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설날」이 연휴가 됨으로써 우리의 법정공휴일은 18일로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랫동안 음력의 문화권에서 살아 온 아시아 여러나라의 신정(양력)공휴일이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이다. 음력을 비교적 잘 고수하고있는 자유중국만 신정을 이틀 쉴 뿐 나머지 일본·중국·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홍콩 등은 모두 신정 하루만 쉰다.
더욱 재미있는 것이 중국은 법정공휴일이 연간 단 3일뿐이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문화권이 다른 인도는 공휴일이 모두 6일인데다 아예 신정은 공휴일로 정하지도 않았다.
물론 공휴일이 많고 또 주말의 연휴제를 실시하는 나라일수록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이젠 그런 선진국의 문턱을 넘나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설날」을 연휴로 정하고 보니 신정 사흘연휴는 한 이틀 쫌으로 줄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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